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21.
《모나미 153 연대기》
김영글 글, 돛과닻, 2019.11.14.
일산에서 아침을 맞는다. 부릉부릉 넘친다. 푸른노래가 없는 큰고장에서 아침을 맞고 밤을 보는 사람들은 삶죽음을 돌아볼 겨를이 없으리라. 삶부터 어질게 바라볼 틈이 없는데 죽음을 어떻게 슬기로이 맞아들일 수 있는가. 일산 가시아버지 끝낯(영정 사진)을 어떻게 골라야 할는지 모르겠다고 하기에, 이제는 활짝 웃는 얼굴을 넣어도 되고, 여럿 놓아도 되고, 가시아버지라면 우는 얼굴을 해도 된다고 얘기한다. 우리가 떠올릴 모습을 끝낯으로 삼으면 된다. 죽음은 덧없지 않고, 삶은 고되지 않다. 두 얼개를 읽는다면, 그야말로 하루하루 눈부실 텐데. 고흥 돌아가는 시외버스는 꽉 찬다. 글을 쓰다가 잠을 자다가 드디어 고흥읍에 닿는다. 20시 마지막 시골버스를 기다린다. 마을 어귀에 닿아 비로소 별밤에 풀벌레노래를 누린다. 《모나미 153 연대기》를 읽었다. 글붓 하나를 놓고서 풀어놓을 수다는 잔뜩 있을 텐데, 뭔가 ‘역사(연대기)’를 그려야 한다고 외곬로 몰아세웠구나 싶다. ‘발자국’이 아닌 ‘이야기’를 적으면 된다. ‘이름’이 아닌 ‘삶’을 펴면 된다. 글붓 한 자루를 누리고 나누고 즐기는 마음을 싣지 않으면 자꾸 샛길로 빠진다. 사잇길은 안 나쁘되, ‘사이 = 새’인 줄 모르면 그저 엇나갈 뿐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