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18.


《酒幕에서》

 천상병 글, 민음사, 1979.5.5.



새벽 다섯 시에 눈을 뜬다. 두 시부터 짐을 꾸려야 느긋한데, 바쁘다. 먼저 몸부터 샘물로 씻고 천천히 머리를 감는다. 하룻길을 그린다. 늦잠이었다면 몸을 그만큼 쉬어야 했다는 뜻이다. 이럭저럭 집안일을 추스르고 글일을 갈무리한다. 07시 버스로 읍내로 간다. 08시 30분 서울버스를 기다리는데, 읍내 맞이칸은 담배냄새가 넘친다. 안도 밖도 똑같다. 어질거리는 머리를 달래면서 ‘하늘빛을 품자’고 생각한다. 시외버스를 타고서 노래를 쓴다. 이제 사라진 숱한 책집을 그리면서 여러 꼭지를 쓰고, ‘노인·음악·시·질서’라는 낱말로 “내가 안 쓰는 말”이라는 노래를 쓴다. 서울에 닿는다. 무릎셈틀을 펼 만한 자리를 찾는다. 글일을 살짝 맺고서 인천으로 건너간다. ‘아트스테이 1930’이 얼마나 허울스러운지 다시 느끼고는 〈아벨서점〉에 깃들어 ‘우리말 수다꽃’을 여민다. 밤에 ‘민음시선’ 몇 가지를 읽는다. 《酒幕에서》를 돌아본다. 한자를 넣어 멋을 부렸으나 “술집에서”란 소리이다. 내로라하는 글바치(시인·평론가·작가·기자)는 ‘질펀술짓’을 오래오래 일삼았다. 지난날 임금과 나리도 똑같다. ‘알맞게 서로 마음을 나누는 한모금’은 어디 있을까? 밥 한 그릇에 글 한 줄을 사랑으로 나누는 어른은 누구일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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