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책을 사랑한다면 (2022.9.28.)

― 서울 〈숨어있는 책〉



  사랑을 보려고 하면 언제나 사랑을 보고, 사랑을 들으려고 하면 늘 사랑을 듣고, 사랑을 말하려고 하면 노상 사랑을 말하고, 사랑을 이야기하려고 하면 한결같이 사랑을 이야기하는구나 싶어요. 사랑이 아니라면, 사랑을 못 보고 못 듣고 못 말하고 못 이야기할 테고요. 스스로 사랑이라면 스스럼없이 알아보면서 나누기에 사랑이로구나 싶어요.


  나무를 동무로 여긴다면, 나무줄기나 나뭇가지에는 아무것도 안 걸거나 안 매답니다. 사람들이 나무한테 거는 끈은 거의 다 비닐끈(화학약품 끈)인데, 커다란 걸개천을 나무줄기에 묶어 놓으면 나무줄기는 끈 탓에 ‘끈에 묶인 자리가 움푹 패이고 숨이 막힙’니다. 둘레길을 알리는 댕기 탓에 나뭇가지가 말라죽어요.


  말이란, 마음에 담는 생각씨앗입니다. 아무 말이나 한다면, 아무렇게나 씨앗을 뿌린다는 뜻입니다. 차근차근 고르고 가려서 말을 한다면, 차근차근 씨앗을 심으면서 마음을 가꾼다는 뜻입니다. 책을 사랑한다면, 아무 책이나 읽지 않을 노릇입니다. 스스로 마음을 기울이고, 스스로 눈을 밝히고, 스스로 생각을 틔워서, 언제나 눈부시게 사랑스러울 책 한 자락을 손에 쥘 노릇이에요.


  어떡하면 아름책을 알아볼까요? 스스로 사랑을 보려고 할 적에 사랑을 볼 수 있듯, “난 아름책을 찾을래.” 하고 마음에 말씨앗을 심는 날부터 ‘아무 책’이 아닌 ‘마음에 둘 책’을 헤아립니다. 아름책도 ‘아무 책’도 누가 알려줄 수 있지 않아요. 스스로 눈빛을 틔울 적에 알아봅니다.


  〈숨어있는 책〉으로 찾아와서 여러 책을 돌아봅니다. 책집지기는 온갖 책을 매만지면서 ‘오늘도 새롭게 마주하는 재미나고 놀랍고 대단한 책’을 차곡차곡 건사합니다. ‘오늘도 새삼스레 다시 만나는 반갑고 유난하고 즐거운 책’을 찬찬히 손질합니다. 책손은 책집지기가 어루만진 손길을 느끼면서 이야기를 읽습니다. 책집지기는 다 다른 책손이 다 다르게 고르는 매무새를 느끼면서 ‘새로 들일 책’을 추스릅니다.


  골마루를 거닐면서 눈으로 살핍니다. 문득 멈춰서 한 자락을 집습니다. 첫 쪽을 펼치기 앞서 지긋이 눈을 감습니다. 속에 흐르는 기운을 손바닥으로도 느낀 다음에 천천히 눈을 뜨고서 한 쪽씩 넘깁니다. 땅에서 물길을 찾듯 책에서 숨길을 찾습니다. 하늘에서 바람길을 느끼듯 책에서 꿈길을 들여다봅니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아이를 둘러싼 모든 숨빛을 읽어요. 책을 사랑한다면, 책을 둘러싼 모든 삶빛을 읽어요. 책읽기란, 책으로 빚은 살림을 사랑으로 읽는 길입니다.


ㅅㄴㄹ


《호수 속의 오두막집》(이원수, 세종문화사, 1975.10.2.)

《濟州方言硏究 (資料篇)》(박용후,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1988.12.20.)

《혈(血)의 루(淚)》(이인직, 서림문화사, 1981.10.30.)

《正音文庫 23 世界民話選》(이일철 옮김, 정음사, 1974.7.30.)

《獨立運動史硏究》(박성수, 창작과비평사, 1980.3.11.)

《韓國의 歷史認識 上》(이우성·강만길 엮음, 창작과비평사, 1976.11.10.)

《新華辭典》(편집부, 商務印刷館, 1980.)

《中國語音史》(薰同和, 中華文化出版事業委員會, 1954.2.첫/1958.3벌)

《꼬마마녀》(오트프리트 프로이슬러/백경학 옮김·이오덕 글손질, 길벗어린이, 1996.7.5.)

《增補版 韓國現代詩解說》(김현승, 관동출판사, 1972.4.1.첫/1980.1.5.고침4벌)

《世界戰後文學全集 2 美國 戰後 問題作品集》(양병탁 외 여섯 사람 옮김, 신구문화사, 1963.12.5.)

《어문각 신한국 문학문고 15 삼대 1》(염상섭, 어문각, 1984.11.15.)

《어문각 신한국 문학문고 16 삼대 2, 표본실의 청개구리·두 파산》(염상섭, 어문각, 1984.11.15.)

《韓國硏究叢書 22 서울 住宅地域의 硏究》(노창섭, 한국연구원, 1964.9.20.)

《韓國硏究叢書 26 李朝前期 對日 貿易 硏究》(김병하, 한국연구원, 1969.12.30.)

《無形文化財調査報告書 第二十四號 關西地方巫歌》(임석재·장수근, 문화재관리국, 1966.12.)

《숲이 우거진 그늘 밑에서》(七田和三郞/임유정 옮김, 성바오로출판사, 1966.10.5.)

《音樂通論》(Hans Mersmann/長廣敏雄 옮김, 第一書房, 1939.5.25.첫/1942.9.20.3벌)

《新丘文庫 56 나의 信條》(버트란드 러셀 외/양병탁 옮김, 신구문화사, 1975.3.15.)

《다다愛書 7 學位論文作成法》(이종린, 언어문화사, 1976.10.25.)

《改正版 和聲學》(나운영, 민중서관, 1956.9.1.첫/1965.10.20.고침)

《新式 實用算術敎科書》(林鶴一, 東京開成館, 1913.1.21.첫/1938.11.8.고침11벌)

《The Daily Coyote》(Shreve Stockton, Simon & Schuster, 2008.)

《Beardsley》(Stanley Weintraub/高儀進 옮김, 美術出版社, 1969.6.1.)

《東亞 마스타 國語辭典》(편집국, 동아출판사, 1979.11.15.첫/1988.1.10.10벌)

《世界陶磁全集 18 高麗》(相賀徹夫·崔淳雨·長谷部樂爾, 小學館, 1978.7.25.첫/1987.8.1.5벌)

《안 이쁜 신부도 있나 뭐》(유하·하재봉·함민복·함성호·김정란, 세계사, 1992.1.1.첫/1992.1.30.2벌)

《월간 시인동네 86호》(고봉준 엮음, 문학의전당, 2020.6.5.)

《비정규노동 144호》(강인수·문종찬 엮음, 한국비정규노동센터, 2020.9.1.)

《예술로서의 사진》(카나마루 시게루/한정식 옮김, 해뜸, 1988.6.20.첫/1995.1.1.4벌)

《대한민국 독서대전 운영 매뉴얼》(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0.)

《世界音樂家全集 리스트》(편찬위원회·김주석 엮음, 태림출판사, 1978.2.10.)

《民族의 審判, 事件實話 要人暗殺指令》(최철상 엮음, ?, 1975.3.)

《변방의 사색》(이계삼, 꾸리에, 2011.8.20.첫/2012.4.16.2벌)

《소설 대동여지도 下》(강학태, 한마당, 1991.2.10.첫/1992.6.1.4벌)

《그리스 로마 신화》(유영일 엮음·김석원 그림, 예림당, 1987.11.10.첫/1992.4.20.6벌)

《DOLLS DOLLS DOLLS》(Shirley Glubok 글·Alfred Tamarin 사진, Follett Pub, 1975.)

《日本留學人士名簿 1945∼1992 1992年度》(주대한민국 일본국대사관 광보문화원, 1993.3.)

《African Animals through African Eyes》(Janet & Alex D'Amato, Julian Messner, 1971.)

《China a Visual Adventure》(Carl Mydans·Michael Demarest, Simon & Schuster, 1979.)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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