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

책숲하루 2023.8.11. 돌개바람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국어사전 짓는 서재도서관)

: 우리말 배움터 + 책살림터 + 숲놀이터



  올들어 해바람비를 한결 깊이 느끼고 넓게 생각합니다. 숲노래 씨는 전남 고흥이라는 시골자락에서 살아가니까 날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해바람비를 살필밖에 없어요. 더구나 쇳덩이(자동차)를 안 몰기 때문에 쇳내음이나 쇳소리도 안 듣고, 아예 쳐다보지 않아요. 어릴 적에 어버이하고 함께살던 인천에서는 잿집(아파트)이었으되, 닷겹(5층)짜리였고, 연탄을 때는 곳이었어요. 아는 분은 알 텐데, 예전 잿집도 연탄으로 불을 땠습니다. 겨울이면 집도 얼어붙고, 어느 날은 -15℃이기도 했습니다. 요새는 이런 곳을 잿집(아파트)이라고 여기지 않겠지요. 그저 숱한 골목집 가운데 닷겹으로 쌓은 얼거리였을 뿐입니다.


  언제라도 바로 오늘인 듯 떠올리는데, 1985년 여름에 돌개바람이 인천을 가로질렀고, 아무도 없는 길에 홀로 바람을 바라보면서 “바람아, 나도 같이 날고 싶어!” 하고 외쳤어요. 어릴 적에 늘 두들겨맞고 들볶이고 꾸지람을 먹으면서 하루라도 느긋이 보낸 적이 없었는데, 이런 눈물바람을 문득 빗방울에 씻으면서 “날고 싶다”는 마음을 띄웠더니 바람이 훅 안아서 하늘로 띄우더군요.


  바람은 어린이 마음을 알고 느끼고 읽습니다. 티없이 바라고 바라보는 어린이한테 언제나 마음동무인 바람입니다. 《북풍의 등에서》라는 오랜 책이 있어요. 이웃님들이 이 아름책을 부디 여러 벌 천천히 읽고 새겨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어른이자 어버이라면, 아이들이 사랑으로 물려받을 만한 글을 쓰고 책을 엮을 일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사람’이라면, 우리 글감과 그림감과 사진감과 이야깃감은 늘 ‘사랑’이되, ‘숲빛으로 물들면서 스스로 살림을 짓고 노래하는 사랑’이어야 사람다우리라 봅니다.


  쇳덩이가 가득하고 죽음김(배기가스)이 매캐한 곳에서만 매미가 온힘을 쥐어짜듯 악을 쓰면서 웁니다. 이와 달리 푸르게 우거진 숲에서 매미는 느긋이 노래해요. 느긋이 노랫가락을 펴다가 쉬면서 바람을 마시고 해를 보고 나비를 지켜봅니다. 오늘날 서울(도시)은 매미가 노래를 잊고 잃을 만큼 사납고 매캐합니다.


  아이들한테 무슨 책을 읽히는지 돌아보기로 해요. 어른으로서 무슨 글을 쓰고 읽는지 다시 살피기로 해요. ‘뜻있거나 좋은 책’이 아닌 ‘사랑으로 아름답고 참한 책’이 아니라면 구태여 읽을 까닭도 쓸 까닭도 없다고 봅니다.


  돌개바람을 미워하거나 두려워하는 마음이라면, 우리는 밑뿌리부터 썩었다는 뜻이지 않을까요? 돌개바람은 바다에서 태어납니다. 바다는 뭍을 사랑으로 포근히 감싸는 물빛입니다. 무엇이 밉거나 두렵나요? ‘참나’를 함께 바라보기로 해요.


ㅅㄴㄹ


*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 짓는 일에 길동무 하기

http://blog.naver.com/hbooklove/28525158


*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 지기(최종규)가 쓴 책을 즐거이 장만해 주셔도 새로운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짓는 길을 아름답게 도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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