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을 묻다 신생시선 50
김형로 지음 / 신생(전망)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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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책 / 문학비평 / 시쓰기 . 시읽기 2023.8.10.

노래책시렁 355


《미륵을 묻다》

 김형로

 신생

 2019.9.27.



  글을 쓰는 적잖은 분은 ‘경외’라는 한자말을 좋아하더군요. 그런데 ‘경외’를 쓰는 분은 ‘경외’만 써요. 다른켠에서는 ‘외경’이라는 한자말을 좋아하지요. ‘외경’을 쓰는 분은 또 ‘외경’만 씁니다. ‘경외(敬畏)·외경(畏敬)’이 앞뒤만 다른 한자말인 줄 알아챌 수 있을까요? 두 낱말이 다르다면 무엇이 다르고, 같다면 무엇이 같은 줄 알까요? 무엇보다도 ‘우리말’로 어떻게 손질해야 하는가를 헤아린 적이 있을까요? 《미륵을 묻다》를 읽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글을 쓰는 분들은 남다르게 뭔가 그려야 한다고 여길 적에 ‘○○법’이라는 덫에 스스로 가둡니다. ‘○○법’으로 쓰는 글은 하나같이 똑같고, 비슷한 낱말을 고르며, 뜬구름을 잡는 길로 헤매게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법’이 아닌 ‘삶쓰기·마음쓰기·사랑쓰기·생각쓰기’를 들려주거나 밝히거나 알리는 이웃은 매우 드물어요. 아무래도 ‘글을 쓸 적’에는 ‘쓰기’가 아닌 ‘○○법’이어야 한다는 굴레를 스스로 쓰는 셈일 텐데, ‘○○법’이라는 덫이자 굴레를 누구한테 읽히려는 마음일는지 스스로 물을 노릇입니다. ‘시인·평론가·교수’가 봐주기를 바라는 ‘○○법’에서 헤어나지 않는다면, 글도 노래도 삶도 이야기도 없습니다.


ㅅㄴㄹ


아버지가 제삿밥 드시면 내가 수저 든다 (잡채밥/17쪽)


허나 여자들의 여행은 곡선이더군요 (곡선이라는 꽃/22쪽)


살구꽃 활짝 핀 하늘 아래 / 한 무리 소녀들이 우르르 지나간다 (꽃이 꽃에게/41쪽)


+

《미륵을 묻다》(김형로, 신생, 2019)


여름 땡볕 속으로 걸어 들어가

→ 여름 땡볕을 걸어 들어가

18쪽


바깥으로만 바라보는 외경이다

→ 바깥으로만 높이며 바라본다

→ 바깥으로만 절하며 바라본다

→ 바깥으로만 온꽃으로 바라본다

→ 바깥으로만 놀랍게 바라본다

20쪽


허나 여자들의 여행은 곡선이더군요

→ 그러나 순이는 부드러이 다니더군요

→ 그런데 순이는 돌면서 오가더군요

22쪽


나이 먹으면 다 그렇지 치매는 무슨 치매

→ 나이 먹으면 다 그렇지 깜빡은 무슨 깜빡

→ 나이 먹으면 다 그렇지 아른은 무슨 아른

28쪽


살구꽃 활짝 핀 하늘 아래 한 무리 소녀들이 우르르 지나간다

→ 살구꽃 활짝 핀 하늘에 순이가 한 무리 우르르 지나간다

41쪽


인출한 그 돈을

→ 찾아온 돈을

→ 빼낸 돈을

56쪽


강의 배후로 갈대를 지목해 보자

→ 냇물 그늘로 갈대를 꼽아 보자

→ 가람 뒷빛으로 갈대를 찍어 보자

6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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