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8.2.


《지구에서 달까지》

 쥘 베른 글/김석희 옮김, 열림원, 2006.10.10.



볕날이 잇는다. 볕날이 아름답다. 늦여름에 이렇게 볕날을 베풀어야 열매가 고루 익고 들숲바다가 푸르게 빛난다. 그런데 이 나라를 보면 ‘역대급 폭염’ 같은 말을 서슴없이 뱉는다. ‘비날’이 그치고 ‘볕날’이 온 지 며칠이나 됐는가? 스물네 철눈(절기) 가운데 큰더위(대서)가 지나가면서 낮에만 후끈하고, 아침저녁에 밤에는 선선하다. 다만, 서울·큰고장은 여태 쌓아올린 잿더미(아파트)랑 쇳더미(자동차) 탓에 ‘선선한 늦여름 아침저녁’을 못 누릴 수 있겠지. 마당에서 밀잠자리하고 논다. 네발나비하고도 함께 논다. 빨래를 널고 걷다가, 이불을 말리고 뒤집다가, 가만히 팔을 뻗으면서 잠자리랑 나비하고 여름놀이를 누린다. 《지구에서 달까지》를 곱씹는다. ‘달마실’을 다루었다고 여길 수 있되, 이보다는 푸른별 숱한 나라가 싸움연모(전쟁무기)를 만드는 수렁에 돈·힘·품을 얼마나 쏟아붓는지 넉넉히 헤아릴 만하다. 우리는 잘 봐야 한다. 왜 ‘빛(전기)’이 모자랄까? 싸움연모를 때려짓고 지키는 곳에 허벌나게 쓴다. 싸움연모에 싸울아비가 없으면 푸른별 모든 사람은 넉넉하게 살림을 짓고 삶을 그릴 만하다. 스스로 눈을 떠야 길을 볼 수 있다. 눈을 안 뜨려 하니, 삶길도 살림길도 배움길도 모조리 등지고야 만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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