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원 이야기
주호민 지음, 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 기획 / 애니북스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3.8.2.

읽었습니다 242



  시골에서 살지 않는 사람은 시골집이나 시골사람이나 시골길을 제대로 못 그립니다. 거꾸로, 서울에서 살지 않는 사람은 서울집이나 서울사람이나 서울길을 제대로 못 그립니다. 골목집에서 살지 않는 사람이 골목길이나 골목마을이나 골목꽃이나 골목나무를 제대로 그리기를 바란다면 터무니없습니다. 그래서 ‘골목마을 담그림(구도심 벽화)’은 하나같이 엉터리입니다. 스스로 살지 않는 마을 한켠 담벼락이니, 그저 ‘보기좋’거나 ‘이쁘장하’거나 ‘겉멋스럽’게 그립니다. 《제비원 이야기》는 ‘제비’라는 이름이 붙은 절집하고 얽힌 옛이야기를 풀어낸다고 하지만, 막상 ‘제비’가 어떤 새인지는 하나도 안 살핀 채 엉성하게 엮었습니다. 제비나 여러 작은새 노랫소리를 ‘지지배배’라고도 적으나, 참새는 ‘짹짹’하고 안 울고, 개구리는 ‘개굴개굴’ 하고 안 웁니다. 누리집(인터넷·유튜브)에 떠도는 그림만으로 제비를 구경하고서 제비를 그린다면 얼마나 엉성하고 엉터리일까요? 주호민 씨가 선보인 《신과 함께》도 마찬가지인데, 무슨 조선사람 한옷(한복)이 알록달록한지 알쏭달쏭하지요. 더구나 옛사람은 옷을 여러 벌 건사하지 않고 거의 ‘한 벌 살림’입니다. ‘한 벌’을 한 해 내내 입고, 구멍나면 기웁니다. 옛날 시골에서 어느 곳으로 가는 길이 ‘한길(넓다랗고 둘레에 아무것도 없는 길)’일까요? 그 옛날 시골 멧자락에 ‘잔디밭’이 있을까요? 그 옛날에는 ‘평상’이라는 일본 한자말이 없습니다. 19쪽 옷차림에 길도, 39·50쪽 제비 노랫소리도, 51·55·57·139쪽 제비집이나 알도, 65쪽 못도, 60·66쪽 평상도, 66쪽 풀집도, 83쪽 잔디밭도, 아니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엉성하고 엉터리인 이런 책이란, 오히려 ‘제비원’이라는 옛살림이며 옛이야기를 잘못 퍼뜨릴 뿐입니다. 서울이나 경기 일산 같은 데에서눈 제비를 보기 어렵다지만, 눈여겨보면 서울 한켠에서도 제비집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인천·부산·대구·광주·대전 같은 큰고장도 ‘새바라기’를 하는 사람들은 제비에 제비집을 만납니다. ‘제비원’ 이야기인데, 제비부터 이토록 엉망으로 옮기니, 다른 이야기인들 어떻게 다루었을는지는 쉽게 어림할 만합니다. 창피합니다.


ㅅㄴㄹ


《제비원 이야기》(주호민, 애니북스, 2014.6.13.)


+


무슨 일인데 사람이 이리 모여 있소

→ 무슨 일인데 사람이 이리 모였소

9쪽


쉿, 시작하나 보오

→ 쉿, 하나 보오

→ 쉿, 이제 하는군

9쪽


더 많은 조약돌을 얻는 쪽이 이기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 조약돌을 더 많이 얻는 쪽이 이깁니다

11쪽


지금까지 만든 너의 모든 작품 가운데 가히 으뜸이야

→ 여태까지 네가 지은 꽃 가운데 으뜸이야

→ 이제까지 네가 지은 살림 가운데 으뜸이야

14쪽


호사가들이란 원래 비교하기를 좋아하는 법이니까

→ 남말쟁이란 워낙 견주기를 좋아하니까

→ 재미쟁이란 으레 빗대기를 좋아하니까

→ 구경꾼이란 늘 비기기를 좋아하니까

25쪽


저희는 동가식서가숙하면서 절을 짓고 불상을 만들며 살죠

→ 저희는 떠돌면서 절을 짓고 빛돌을 깎으며 살죠

→ 저희는 나그네로 절을 짓고 하늘돌을 세우며 살죠

40쪽


부처님은 이미 이 안에 계신다

→ 밝은님은 이미 이곳에 계신다

→ 빛님은 이미 여기에 계신다

82쪽


무엇을 발원하고 계십니까

→ 무엇을 바라십니까

→ 무엇을 비십니까

115쪽


저를 끝까지 농락하시는군요

→ 저를 끝까지 놀리시는군요

→ 저를 끝까지 골탕먹이는군요

147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https://blog.naver.com/hbooklove/223172532646

(제비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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