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3.7.29.
숨은책 847
《나의 여공애사》
다까이 또시 글
편집부 옮김
백산서당
1984.4.21.
할머니 이야기를 엮는 책이 곧잘 나오기에 반가우면서도 섭섭합니다. 할머니한테서 ‘할머니가 걸어온 길’을 ‘책 몇 꾸러미’에 이르도록 차근차근 두고두고 귀담아듣고서 여미는 꾸러미는 아직 없다고 여길 만합니다. ‘할머니·어머니·가시내’라는 길이 꽃길 아닌 가싯길이던 자국을 고스란히 짚으면서, ‘가싯길을 꽃길로 일구어 어깨동무하려는 숨빛’을 환하게 지피는 책은 더더욱 없다고 여길 만하거든요. 《나의 여공애사》는 ‘할머니 일손’을 눈여겨본 이웃나라 사람들이 있기에 태어났고, 우리나라에서도 눈여겨본 사람이 있어서 한글판이 나왔으며, 더 눈여겨본 사람이 있기에 ‘반달도서원’에서 건사하였는데, 막상 ‘빌린이’는 없는 채 버림받았습니다. ‘들꽃으로 살아온 할머니’ 삶길은 누가 갈무리할까요? ‘역사·기록’이란 이름으로 무엇을 남기는가요? ‘들꽃 할머니’ 곁에 있는 ‘들풀 할아버지’ 살림길은 누가 갈무리하지요? 피눈물에 피고름이 아롱진 ‘우리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우리를 볼 노릇입니다. 저들도 그들이 아닌 오늘을 볼 일입니다.
나름대로 생각컨대 나는 배운 건 없었지만 나쁜 짓은 결코 하지 않았읍니다. 여공으로 10년, 여급으로 1년 반, 무허가상으로 5년, 품팔이꾼으로 20년, 그 중의 20년은 주부노동자였읍니다. 그리고는 지금 집도 없고 연금도 없읍니다. 송두리째 짜내 봐도 아무것도 없고 이제는 노동할 힘도 없이 오직 죽음만을 기다리게 되었읍니다. (159쪽)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