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집놀이터 / 숲노래 사랑꽃 2023.7.27.

숲집놀이터 283. 비날과 작은새



올해(2023)에는 비가 잦다. 지난해에도 꽤 잦았으나, 올해에 대면 아무것도 아니다. 볕날이 적고 비날이 잦으며 긴 올해 봄이며 여름을 가만히 돌아보노라면, 시골에서는 비가 멎을 적에 득달같이 곳곳에서 풀죽임물(농약)을 사납게 잔뜩 뿌리더라. 그런데 풀죽임물을 사납게 뿌리고서 10∼30분쯤 뒤에 어김없이 구름이 몰려들어 함박비를 쏟네. 비가 잦아서 풀죽임물을 뿌려 본들 덧없다면, 아예 풀죽임물에 죽음거름(화학비료)이 없이 흙살림을 할 만하다. 유난히 비날이 잦으면서 올해에는 그야말로 유난스레 ‘풀벌레도 매우 적’다. 다만, 우리는 몇 가지를 똑똑하게 알아야 한다. 작은새는 거미에 모기에 애벌레를 밥으로 삼는다. 작은새가 밥으로 삼을 거미에 모기에 애벌레가 사라지면, 갑작스레 풀벌레가 들끓으면서 모든 흙짓기(농업)가 무너진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논밭살림을 하자면, 씨앗을 심어서 가꾸어 얻은 낟알이며 열매를 ‘사람·새·풀벌레랑 숲짐승’이 하나씩 나눌 적에 아름답다. 새는 대단하면서 놀랍고 훌륭한 ‘흙살림 도움이’ 노릇을 한다. 그리고 ‘풀벌레’가 늘 어느 만큼 있어야 새가 한해살림을 꾸린다. 숲짐승도 어느 만큼 있어야 들숲바다가 푸르다. 숲빛을 읽고 나누는 눈썰미란, 아이랑 어른이 이 땅에서 함께 익히면서 품을 어진 삶길이라고 본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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