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22.
《파브르의 작은 정원》
마거릿 J.앤더슨 글·마리 르 그라탱 키스 그림/이규원 옮김, 청어람미디어, 2003.7.10.
비가 온다. 뒷목을 돌보며 눕는다. 쉬엄쉬엄 집일을 하고, 큰아이랑 국을 끓인다. 날마다 먹는 밥이라면, 날마다 새롭게 짓기도 할 테지만, 수수하게 차리는 손길에서 수더분한 숨결이 피어날 만하지 싶다. 저녁에는 별빛을 본다. 반갑다. 하루에 비랑 별을 나란히 만날 수 있으니 기쁘다. 작은아이가 멀리보기(망원경)로 별을 들여다보면서 부른다. 어디 같이 볼까. 오호라, ‘낱(세포)이 꿈틀꿈틀하듯 속에 더 작은 별을 품고서 춤추는 결’을 느낄 만하다. 《파브르의 작은 정원》을 읽었다. 파브르라는 분을 ‘과학자·생물학자’가 아닌 ‘어버이(아버지)·숲지기·시골 할배’라는 눈길로 바라보면서 풀어내는 이야기가 상냥하다. 허울도 치레도 아닌, 수수하게 숲을 품으면서 스스럼없이 웃고 노래할 줄 아는 마음을 담아내는 책이로구나. 파브르라는 분이 거닐면서 남긴 발자국이란 언제나 ‘푸른사랑’이라는 대목을 잘 담아내었네. 그렇다면 이 책은 얼마나 읽혔을까? 나부터 2003년 아닌 2023년에 알아보았으니 늦었다. 이웃님 가운데 이제서라도 이 책을 눈여겨보고 싶은 분은 헌책집에서 찾아낼 수 있을까? 지난날 미리 알아보고 사랑해 준 분들이 기꺼이 내놓아 주어 헌책집 책시렁에 꽂힌다면, 느즈막이 빛책을 만날 만하리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