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83 랑



  여럿을 나란히 놓으려 할 적에 ‘-와·-과’를 붙이기도 하지만, 글말입니다. 입말로는 ‘-하고’나 ‘-랑·-이랑’이에요. 소리를 내어 글을 읽으면 쉽게 알아챕니다. “아이와 놀다”나 “어른과 일하다”라 소리를 내려면 턱 걸려요. “아이랑 놀다”나 “어른하고 일하다”라 소리를 내면 부드럽습니다. 우리가 말을 말답게 하려면, 언제나 어린이 눈빛을 헤아리면 넉넉합니다. 쉽고 즐겁지요. “아이랑 나눌 말”을 살피기에 쉬우면서 사랑스럽고 아름답게 말합니다. “어른하고 나눌 말”을 생각하기에 즐거우면서 알차고 눈부시게 말합니다. 앎(지식)을 뽐내거나 틀(이론)을 내세우려 하기에 “아이랑 등지”고 “어른하고 멀리합”니다. 글·책만 붙잡기에 그만 딱딱하게 ‘-와·-과’로 이으면서 갖은 일본 한자말에 영어가 범벅인, 더구나 지난날 중국을 섬기던(사대주의) 말버릇이 툭툭 나와요. 자, 어린이 눈빛을 잃으면 뭔 뜻인지 종잡지 못할 ‘아무말잔치’를, ‘뒤죽박죽 엉성말’을 그냥그냥 내뱉는 사람이 되고 말아요. 어른스레 눈빛을 밝히면서 아이랑 마음을 마주하기로 해요. 슬기롭고 어질며 참하게 눈망울을 빛내면서 아이하고 손을 잡고 뛰어노는 숨결로 글 한 줄을 여미고 책 한자락을 함께 읽어 봐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