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책사랑 (2022.9.19.)
― 서울 〈서울책보고〉
새벽바람으로 고흥을 떠난 버스는 한낮에 서울에 닿습니다. 바로 전철을 갈아타고서 천호동 쪽으로 갑니다. 〈강동헌책방〉을 찾아가는데 마침 아직 안 엽니다. 둘레에 있는 〈현대헌책방〉으로 걸어갑니다. 책을 한 꾸러미 장만하고서 전철나루로 걸어갑니다. 이제 잠실나루에 닿아 〈서울책보고〉로 갑니다.
푹푹 찌는 여름이라지만, 사람들은 입가리개를 용케 하고도 견딥니다. 가만히 돌아보자니, 숲노래 씨는 2005∼06년에 충북 충주에서 서울로 이레마다 두바퀴(자전거)로 오갈 적에 길에서 으레 입가리개를 했습니다. 쇳덩이(자동차)가 내뿜는 방귀로 숨막혔거든요. 요즈음은 돌림앓이 때문에 입가리개를 한다고들 하지만, 매캐바람(배기가스·공해)이야말로 우리 목숨을 갉아요.
고뿔은 누구나 걸릴 만합니다. 몸살도 누구나 걸릴 수 있어요. 때로는 몸을 앓고서 푹 쉬고서 말끔히 낫습니다. 우리는 ‘앓기’에 ‘나을’ 뿐 아니라 한결 튼튼합니다. 앓지 않으면 ‘알지’도 않습니다. 사람도 새도 벌레도 헤엄이도 처음에는 더없이 작은 ‘알’이에요. 암수가 서로 다른 작은 알을 하나로 여미어 새빛으로 나아가려 하면서 새숨(아기)이 ‘한알(하나로 여미는 사랑을 품은 알)’로 깨어날 수 있습니다. 알이란, 앓는 동안 고요히 꿈꾸면서 새길로 나아가려는 몸짓이에요. 돌림앓이나 몸살이나 고뿔은 두려울 일이 아닙니다. 스쳐 보내면 될 뿐입니다.
곰곰이 보면, ‘등돌림(무심·무관심)’으로 넘는 ‘줄(선)’은 고단하지만, ‘사랑을 다하는 마음’으로 ‘금(분단·분열)’을 녹이고 허무는 ‘너머(넘기)’는 아름답고 반가워요. 돌림앓이를 핑계로 모든 사람 입을 틀어막는 짓은 ‘금긋기’이자 ‘괴롭힘질’이라고 느낍니다. 서로서로 등돌리면서 손가락질을 일삼는 바보짓으로 치닫는 굴레이자 종살이라고 느낍니다.
이웃이 아프기에 이웃한테 다가가서 토닥토닥 사랑을 폅니다. 한집살림을 짓는 피붙이가 앓으면 보금자리를 더욱 정갈히 여미고 바깥바람하고 햇볕을 끌어들여서 말끔하게 돌봅니다. 우리는 해바람비를 품기에 맑고 튼튼하며 밝습니다. 몸도 마음도 해바람이를 품는 길을 바라보아야 눈길을 틔우고 마음씨를 가꿔요.
두려울 일이란 없고, 무서울 까닭이란 없어요. 눈을 감고서 바라보면 모든 일은 새롭고, 사랑으로 눈을 뜨고 마주하면 언제나 설렐 하루예요. 책사랑이란, 아무 책이나 덥석 읽는 몸짓이 아닙니다. 책사랑이란, 어느 책이건 사르르 녹일 줄 아는, 금도 허울도 담벼락도 부드러이 녹여서 상냥히 이야기를 건네는 몸짓입니다. 책사랑이란, 삶을 사랑으로 읽는 살림살이를 글 한 자락으로 나누려는 이음길입니다.
ㅅㄴㄹ
《時間의 손》(민용태, 문학사상사, 1982.12.10.첫/1984.2.29.3벌)
《革新의 理念》(피터 F.드루커/유호선 옮김, 을유문화사, 1961.3.20.)
《충청도여 시인이여·새여울 11집》(임강빈 외 14인, 청하, 1986.12.20.)
《피카소의 靑色時代》(김지현, 열화당, 1978.12.25.첫/1996.1.10.4벌)
《모나리자의 신비》(르네 위그/김화영 옮김, 열화당, 1979.1.10.첫/1997.8.10.5벌)
《오리 농법》(김광은, 서원, 1994.12.10.)
《럭치기》(이현세, 현대추리사, 1991.6.25.)
《21동행시 6집·함께 가서 좋은 길》(이경애 외, 아동문예, 1999.7.20.)
《농경얼 창간호》(편집부, 동국대학교 농과대학 농업경제학과, 1990.12.12.)
《韓國現代美術代表作家100人選集 11 金殷鎬》(김은호 그림·이구열 글, 문선호 기획·사진, 금성출판사, 1976.1.31.)
《韓國現代美術代表作家100人選集 12 朴得鎬》(박득호 그림·김인환 글, 문선호 기획·사진, 금성출판사, 1976.1.31.)
《세계 위인 전기 전집 4 링컨·간디·워싱턴·쑨원·처어칠, 국민서관, 1978.7.20.첫/1980.7.15.중판)
《세계 위인 전기 전집 13 마르코폴로·콜룸부스·마젤란·리빙스턴·아문센, 국민서관, 1978.7.20.첫/1980.7.15.중판)
《시골에서의 1년》(수 허벨/김기영 옮김, 출판사 뜰, 2005.2.15.)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지난 2022년 9월 이야기를
이제 갈무리를 해서 걸쳐 놓는다.
지난해에 여미어 올리고 싶었으나
지난해 여름에는 그야말로 '엄청난 통제사회'였던 터라
입을 다물기로 했다.
이제는 사람들이 좀 눈을 뜰까?
그동안 '입가리개'가 무슨 '통제와 강압'이었는지
조금이라도 '생각'을 할까?
아직도 생각을 못 하거나 안 한다면
우리는 그저 '종'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