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피뇽의 마녀 2
히구치 타치바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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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만화책 / 만화비평 2023.7.14.

숲아씨랑 버섯



《샹피뇽의 마녀 2》

 히구치 타치바나

 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22.4.15.



  《샹피뇽의 마녀 2》(히구치 타치바나/서수진 옮김, 대원씨아이, 2022)은 ‘숲아씨’ 가운데 ‘버섯아씨’가 누리는 삶을 들려줍니다. 숲에서 호젓하게 살아가며 숲빛을 이웃으로 품는 숲아씨로서는 숲살림이 보람차고 즐겁습니다. 숲에서 거둔 살림을 갈무리해서 이따금 마을로 가져가서 나누지요. 마을에서는 숲아씨가 베푼 숲살림이 있기에, 앓거나 아픈 몸을 정갈하게 다스려서 털어낼 수 있습니다만, 어쩐지 겉모습만으로 숲아씨를 꺼리거나 싫어한다지요.


  ‘숲하고 마을’이라는 얼거리를 ‘시골하고 서울’이라는 얼거리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림꽃 이야기뿐 아니라 우리 오늘 모습인 줄 느낄 만합니다. 서울에 사람이 많고, 돈이 많고, 일거리가 많고, 집이 많고, 우두머리가 살고, 이런저런 이름팔이가 많다지만, 서울에는 숲이 없고 새가 드물고 비바람이 깃들 데는 없다시피 하고, 무엇보다 어린이가 뛰놀 터전이며 푸름이가 이 삶을 느긋이 돌아볼 빈터가 아예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노닥거리기가 아닌 놀이’를 누리지 않고서 나이만 먹으면 ‘어른 아닌 늙은 꼰대’가 되고 맙니다. 노닥거리는 짓은 추근거리는 짓으로 뻗고, 노닥질이나 추근질은 뒷질이나 몰래질로 불거지게 마련이에요. 이른바 ‘나이든 이들(기성세대)’이 세운 나라(정부)를 봐요. 아름다운 구석이 있습니까? 배우는 터전이 아닌 겨루고 싸우고 다투어야 하는 수렁인 ‘학교’입니다. 심부름꾼으로 이바지하는 벼슬자리가 아닌 지 오래인 ‘공공기관’입니다. ‘문화·예술·문학’은 어깨동무로 나아가는 길에 얼마나 아름답게 있을까요? ‘과학·기술’이라는 이름은 으레 ‘최첨단 전쟁무기 개발’에 힘을 쏟는 판입니다.


  푸른별에서 숲이 사라지면 사람이 다 죽습니다. 다들 머리(지식)로는 ‘숲이 사라지면 안 된다’고 여기기는 하되, 막상 ‘숲을 살리거나 가꾸거나 돌보거나 품는 길’하고는 한참 먼 하루를 보냅니다. 왜 시골에서 일하지 않을까요? 왜 쇳덩이(자가용)를 안 버릴까요? 왜 잿집(아파트)을 안 떠날까요?


  서울은 작을 적에 아름답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종로구 하나만 서울로 머물고, 모든 곳은 숲으로 돌릴 노릇입니다. 모든 구 사이에 적어도 500미터쯤 숲으로 돌려놓을 적에 비로소 이 나라가 숨통을 틔울 만합니다. 배움터(학교)도 돌봄터(병원)도 벼슬터(공공기관)도 확 줄여서 숲으로 돌릴 노릇입니다. 숲이 넓을수록 책을 안 읽어도 되고, 앓거나 아플 일이 없습니다. 숲을 품으며 살아가는 사람은 이따금 글월을 부치고 날개터(우체국)에 들르기는 하겠지만, 딱히 벼슬터(공공기관)에 갈 일이 없어요.


  사람들은 숲을 안 품기에 지나치게 바쁩니다. 숲을 등지기에 날마다 툭탁거리면서 몫(이익)을 챙기려고 억지를 씁니다. 숲을 품으면 ‘생태환경책’을 안 읽어도 되는데, 숲을 안 품으면서 책만 읽습니다. 숲에 깃들어 풀꽃나무랑 동무하면 저절로 말을 익히고 누구나 스스로 글(문학)을 펴게 마련입니다. 숲하고 등지기에 겉치레를 하고 꾸며내고 뽐내는 허울이 늘어납니다.


  《샹피뇽의 마녀》는 ‘숲에서 자라는 버섯’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버섯이 왜 버섯인지 돌아볼 수 있다면, 우리 스스로 무엇을 잊고 잃으면서 헤매는가를 저마다 천천히 알아볼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돌고돌면서 풀고 맺는 이음길인 버섯입니다. 돌고돌면서 풀고 맺는 너른터인 숲입니다. 사람은 예부터 숲에서 숲을 노래하고 사랑하고 어깨동무하면서 하늘빛으로 환하게 웃었습니다.


ㅅㄴㄹ


“루나구나. 다 품을 수 없는 독을 받아들인 거니? 그 모습, 그렇군.” (24쪽)


“허황된 소리지만, 애초에 그녀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 자체가 온통 이례적인데, 그거야말로 허황된 일 아닌가?” (90쪽)


‘괴로운 추억, 슬픈 기억, 어두운 감정, 불안의 소용돌이, 얽히고설킨 고통, 충격의 잔상, 그에 연결된 모든 것들. 그렇게 다 가져가면 남은 기억이 거의 없어지게 돼. 그렇구나. 그 정도로 그동안 내가 걸어온 길은, 슬픈 색으로 진하게 메워져 있었구나. 예쁘구나. 내게서 멀리 떨어져 흩뿌려지는 슬픔의 색은.’ (136∼137쪽)


“독기 많은 마을엔 머물 수 없는 누군가의 갈 곳 없는 다정함들이 여기로 모여들거든. 여기 버섯은 그 다정함을 먹고 자라. 그런 다정함을 가진 사람만이 가끔 여길 발견할 수가 있어.” (157쪽)


“다정한 맛이 난다. 근데 왠지 쓸쓸해. 고마워, 마녀. 독을 빨아들인 마을의 버섯이랑 이런 멋진 버섯 화원을 만들 수 있는 넌, 누가 뭐라든 아주 멋진 사람일 거야. 마을의 소문은 모두 믿을 게 못 되는구나.” (160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シャンピニオンの魔女 #樋口 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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