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2023.7.13.

오늘말. 큰숨


어릴 적에는 배로 숨쉬기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잘 몰랐습니다. 고삭부리인 몸이라 늘 골골댔는데, 코가 매우 나빠서 큰숨도 작은숨도 아닌 ‘그냥숨’부터 쉬기 힘들었어요. 콩나물시루라 여길 만한 예전 어린배움터는 갑갑하기도 하지만, 숨부터 막혔어요. 바깥바람을 마시고 싶어 으레 귀퉁이에 앉고 싶었고, 한겨울에도 찬바람을 마시려고 덜덜 떨면서 밖에서 놀았어요. 스무 살에 이르러 싸움터(군대)에 들어가면서 사람물결을 벗어나 멧골에 깃드는데, ‘어라? 맘껏 숨을 쉴 수 있네? 아, 나무가 우거지고 사람이 없는 숲이 이렇게 아름답게 살리는구나!’ 하고 깨달았어요. 풀빛이 살리고, 나무빛이 북돋아요. 다른 토씨는 부질없고, 더 붙일 말이 없습니다. 여린몸은 푸른숲에서 깨어날 수 있어요. 싸움터에 들어온 뒤로 돌봄터(병원·이비인후과)는 아예 얼씬을 못 했는데, 풀꽃나무를 품는 곳에서는 아프거나 앓을 일이 없어요. 들쑤시거나 건드릴 먼지가 없어요. 비록 위아래로 가른 주먹다짐이 춤추는 싸움터이되, 속빛으로 스스로 다스리는 마음이면, 자잘한 겉치레나 꼬리를 떼어내고서 하늘빛을 들이켤 만했습니다. 큰숲이 큰빛으로 풀어내는 그림입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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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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