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2023.7.12.

오늘말. 글보


빗소리를 가만히 들으면 물결소리 같습니다. 바람소리를 지그시 들으면 별이 흐르는 소리 같아요. 아침은 조용히 찾아드는 듯합니다. 해는 빙그르 돌면서 빛볕살을 베풀고, 푸른별도 살며시 돌면서 골골샅샅 포근합니다. 잔잔히 퍼지는 소리를 넌지시 그리면서 글빛으로 밝힙니다. 문득 맞아들이는 소리를 살그머니 담으면서 글자락으로 옮겨요. 우리는 시골에서 살거나 서울에서 살든 바람을 마십니다. 바람 한 줄기가 숨결로 피어나요. 우리는 숲을 곁에 두거나 서울에서 부릉부릉 쇳덩이를 몰거나 물 한 모금을 마시면서 몸을 돌봐요. 목숨은 무엇으로도 비길 수 없습니다. 돈으로 눙치지 않는 숨소리입니다. 이야기를 무엇으로도 견주지 않아요. 힘으로 누르거나 함부로 비꼬지 않아요. 서로 마음을 나누며 푸른글꽃을 지핍니다. 서로 사랑을 속삭이며 붓님으로 만납니다. 나는 글돌이요, 너는 글순이입니다. 우리는 글보요 누구나 글지기예요. 슥슥 쓰고 삭삭 짓습니다. 살살 듣고 슬슬 적어요. 흙바닥에 척척 새기는 나뭇가지도 붓입니다. 하늘에 대고 무늬를 짓는 손가락도 붓이에요. 비내음을 숲글로 띄우는 하루이고, 눈빛을 들노래로 들려주는 오늘입니다.


ㅅㄴㄹ


가만히·잔잔히·조용히·지그시·견주다·비기다·빗대다·곁말·고리·그리다·담다·꼬다·꽈배기·비꼬다·비틀다·넌지시·눙치다·-보다·돌다·돌려말하다·돌리다·둘러말하다·문득·얼핏·빙글·빙그르·빙돌다·에돌다·살며시·슬며시·살그머니·살살·슬그머니·슬슬·슥·슥슥·쓱·쓱쓱 ← 제유(提喩), 제유법, 환유(換喩), 환유법


글꽃님·글꽃지기·글꽃순이·글꽃돌이·푸른글꽃·풀빛글꽃·푸른글님·풀빛글님·글벌레·글보·글순이·글돌이·글님·글꾼·글바치·글지기·글잡이·글쟁이·붓잡이·붓꾼·붓님·붓바치·붓쟁이·붓지기·붓순이·붓돌이 ← 문학소녀, 문학소년, 문학청년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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