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7.5.


《나의 독일어 나이》

 정혜원 글, 자구책, 2021.9.13.



비는 다시 그친다. 비날이든 볕날이든, 어느 쪽이 낫거나 나쁘지 않다. 우리가 비를 바라보고 누려서 담아야 하기에 비날을 잇고, 우리가 볕을 받아들이고 녹이고 품어야 하기에 볕날이 온다. 오늘은 면소재지 우체국을 들르고서 골짜기로 간다. 꽤 가볍게 멧자락을 오른다. 풀밭에 두바퀴를 눕히고서 천천히 비탈을 내려가서 골짝물 곁에 선다. 온몸이 얼어붙을 만한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근 뒤에 ‘불꽃숨(호흡훈련)’을 가만히 쉰다. 《나의 독일어 나이》를 돌아본다. 스무 해쯤 앞서는 드물게 ‘나의’라는 일본말씨를 책이름에 넣었다면, 요새는 너나없이 마구잡이로 이 일본말씨를 책이름에 넣는다. 책이름이건 글줄이건 일본말씨나 옮김말씨뿐 아니라, 대놓고 영어나 프랑스말이나 중국말을 써도 대수롭지 않다. 그러나 이 땅에서 한글로 글을 쓸 마음이라면 ‘한글에 담는 우리말이 어떤 숨빛’인지 처음부터 새롭게 하나씩 밑바닥부터 익힐 노릇이다. 정혜원 씨는 입가리개를 해야 ‘이웃을 헤아린다’는 눈길을 책에 담는데, 2023년에도 이 눈길이 똑같으려나? 입을 가리려는 나라가 ‘말길을 막고 사람을 바보로 길들이려는 짓’을 일삼았는데, 이를 읽지 못 하는 마음이라면, ‘말길’을 ‘나이’로 세려는 몸짓이라면, 살림하고는 멀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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