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소멸 2023.6.26.달.
빗물은 부스러기에 쓰레기를 씻어내지만 없애지 않아. 빗물은 들숲을 감돌지만 푹 덮어버리지 않아. 바다는 뭍을 가만히 감싸는데, 땅을 모조리 물에 잠기도록 불어나지 않는단다. ‘물’은 살리는 빛이자 노래이자 춤이자 씨앗이야. 물이 흐르기에 들숲이 푸르고, 물이 바다를 이루기에 모든 목숨이 사이좋게 어우러지고, 물이 하늘로 올라가서 내려오기에 ‘누구나 하늘길을 배우는 틈’을 넌지시 알려준단다. 하늘로 올라서 구름이 되는 아지랑이를 보렴. 구름이 아무리 두껍게 끼어도 바다는 마르지 않는단다. 물을 바람에 곁들여 늘 새로 받아들이기에 모든 목숨붙이는 저희 몸을 돌보고 가꾸면서 하루를 살아갈 수 있어. 물은 안 사라져. 물방울은 안 죽어. 너희 넋은 ‘몸’이라는 옷을 입지? ‘몸’이라는 옷은 ‘물’로 이루기에 언제나 ‘삶’을 새로 보고 듣고 겪고 느껴서 배우는 길을 간단다. 몸이라는 옷에서 ‘물기운’이 사라지면, 너희 넋이 깃들 자리인 몸이 더는 힘을 낼 수 없기에 ‘물빛 없는 몸’을 떠나려고 한단다. 물을 품기에 삶이 있고, 물을 알기에 말을 엮어 이야기를 짓고, 물을 잊기에 죽음으로 가고, 물을 모르기에 이 별에 흐르는 사랑을 등진단다. ‘사라짐(소멸)’이란, 물방울이라는 빛을 잊고 잃을 적에 일어나. 너희가 삶·살림·사랑을 바란다면 ‘하나이면서 모두’인 물빛으로 물방울이 되고, 물처럼 노래하면서 흐르면 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