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2023.6.30.

오늘말. 잡이풀


어버이가 저를 낳은 인천에서 열아홉 살까지 살다가, 이듬해부터 제금을 났고, 싸움터(군대)를 다녀오고서 스물아홉 살까지 서울에서 지냈어요. 인천이랑 서울이라는 곳에서 살림을 누리는 동안 그곳은 어떤 자리인지 늘 돌아보았어요. 살짝 안뜨락으로 깃들면 골목밭이 가득한 터전은 푸르게 빛나는 이야기판이었으되, 쇳소리나 매캐한 바람이 감돌았어요. 여러 고을을 떠돌다가 두멧시골로 터를 옮기고서 집이라는 밑동을 새삼스레 짚습니다. ‘밖으로 떠돌 마음’으로 있는 데라면 ‘집’이 아니겠더군요. 앞마당도 뒤뜰은 크거나 작을 까닭이 없습니다. 마루나 칸이 넓거나 좁아야 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이야기밭을 일구며 호젓하게 머물며 삶을 노래하는 사랑으로 하루를 보내기에 ‘집’이로구나 싶어요. 벌레를 덜컥 잡는 풀이 있습니다. 벌레잡이풀이나 벌레풀입니다. 밥을 갉는 사람을 밥벌레라 일컫습니다. 먹석이나 벌거지라고도 합니다. 잡이풀이건 들풀이건 푸릅니다. 밥버러지이건 밥지음님이건 사람입니다. 함께 살아가며 살림하는 이곳에서 놀이마루를 펴요. 온갖 풀이 어우러진 앞뜰에서 놀이판을 펴요. 집에서 지내니 짓는 몸짓이 흐뭇합니다.


ㅅㄴㄹ


곳·데·터·터전·판·그곳·그쪽·그켠·그자리·뜨락·뜰·마당·마루·안·나라·누리·자리·자위·크고작다·놀이누리·놀이나라·놀이마당·놀이마루·놀이판·들마당·들마루·안마당·안뜰·안뜨락·앞마당·앞뜰·앞뜨락·모임터·모임뜰·모임자리·밑·밑동·밑바탕·밑절미·밑짜임·밑틀·밑판·밑뿌리·밑싹·밑자락·밑자리·바닥·바탕·바탕길·발판·손바닥·앞뒤·이야기꽃·이야기판·이야기밭 ← 홀(hall)


벌레잡이풀·벌레잡이·벌레풀·잡이풀·밥벌레·밥버러지·밥벌거지·먹석이·벌레·버러지·벌거지 ← 식충(食蟲)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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