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2023.6.30.

오늘말. 온판


비가 내려 땅을 적십니다. 빗물은 논밭을 거치면서 냇물을 이루고, 속속들이 모여서 바다로 흐릅니다. 비가 내린 하늘은 이윽고 구름이 걷히면 새파랗게 빛나는 숨결을 베풀 테지요. 빗줄기는 나무를 치거나 끊지 않습니다. 빗방울은 검질풀을 솎거나 베지 않습니다. 비는 가만히 흙으로 스미고, 비는 언제나 풀꽃을 살리고, 비는 우리 곁에서 하늘빛을 속삭이는 환한 물꽃 같습니다. 종이를 오려 글월을 꾸밉니다. 종이접기를 하면서 두루미도 개구리도 빚습니다. 종이개구리 엉덩이를 톡 눌러서 튕기면 앞다리를 들고서 휙휙 날듯 뜁니다. 비가 잇는 여름날은 더위가 사그라듭니다. 부채질을 하지 않아도 시원한 하루입니다. 가만 보면, 바람도 비도 해도 다투거나 싸우는 일이 없이 온누리를 한빛으로 밝히면서 토닥이는구나 싶어요. 사람들이 제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해바람비처럼 푸른별을 가꾸지 못 해요. 대단한 솜씨나 뛰어난 재주가 있어야 풀꽃나무가 우거진 숲을 일구지 않습니다. 나를 알고 너를 알며 모두 슬기롭게 알아보는 눈망울로 하루를 그리는 온판을 펼 적에 비로소 이 땅뙈기에서 살아갈 만하구나 싶습니다.


ㅅㄴㄹ


가지치다·끊다·베다·치다·자르다·솎다 ← 전지(剪枝)

모두 알다·다 알다·꿰다·꿰뚫다·꿰차다·속속들이·속눈·밝다·빛나다·빈틈없다·대단하다·뛰어나다·빼어나다·환하다·훌륭하다·온눈·온빛·하늘꽃·하늘빛·한꽃·한빛 ← 전지(全知), 전지적(全知的), 전지전능

논밭·땅·땅뙈기·흙 ← 전지(田地)

앞다리 ← 전지(前肢)

온판·온종이·큰판·한판·큰종이·한종이 ← 전지(全紙)

도리다·오리다 ← 전지(剪紙)

불밭·불구덩·싸움터·싸우다·겨루다·다투다·맞붙다·치고박다 ← 전지(戰地)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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