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5.4.
《한글꽃을 피운 소녀 의병》
변택주 글·김옥재 그림, 책담, 2023.4.7.
빗발이 굵다. 하루 내내 온다. 우레나 벼락이 친다. 조금 가늘려나 싶더니 이윽고 세차다. 사이사이 개구리 노랫소리가 퍼진다. 비내음이 훅 번진다. 마을이 조용하다. 어쩌면 시골버스가 안 다니는 듯싶기도 하다. 시골이니까. 《한글꽃을 피운 소녀 의병》을 읽었다. ‘한글꽃’이라는 이름이 곱다고 느끼면서도 아쉽다. ‘훈민정음’이란 이름으로 우리글이 태어나기는 했어도 거의 오백 해를 ‘암글(암클)’ 소리를 듣고 뒤켠에 처박힌 이야기를 다루지 않거나 못 한다면 ‘역사·문화’를 제대로 들려주지 않는 셈이다. 임금을 비롯한 글바치는 중국글(한문)을 ‘수글(수클)’로 삼으며 높였고, 오늘날에는 일본 한자말과 영어가 수글 노릇이다. 조선이 무너지고 새나라가 서려던 무렵 일본이 총칼로 쳐들어왔고, 이즈음 주시경 님이 우리말·우리글을 새롭게 가꾸어 일으키려 하면서 지어서 퍼뜨린 이름이 ‘한글’이다. “한글 = ‘조선 가부장 봉건사회·일제강점기 군사주의’에 맞서 평화로 나아가려는 징검다리”라고 하겠다. 세종은 ‘정문(바른글)’이 아닌 ‘정음(바른소리)’란 이름을 붙였다. 우리말·우리글을 돌보고 가꾸고 지킨 사람은 수수한 순이라는 대목을 생각해야지 싶다. 다만, 오늘날 순이는 우리말하고 우리글을 안 지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립니다.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