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빛 

책하루, 책과 사귀다 180 선거



  이기고 지는 길을 가르는 한 끗은 매우 작습니다. 때로는 크게 벌어진다고 하지만, 이기는 쪽을 바라보는 사람만 있는 일은 없습니다. 불꽃튀는 겨룸판이든 처음부터 확 벌어지는 겨룸판이든, 언제나 여러 목소리가 흘러요. ‘뽑기·고르기·가리기·추리기’는 늘 이긴 목소리로 나아갑니다. 여러 목소리를 담아내는 길하고 멉니다. 뽑기(선거)를 치러야 할 적마다 “안 뽑으면 안 될까?” 하고 생각해요. “모든 사람이 돌아가면서 나라지기에 고을지기에 마을지기를 맡으면 아름답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고인물은 썩는다고들 말하지만, 정작 벼슬자리는 하나같이 고인물입니다. 살림자리가 아닌 모든 곳은 흐름물이 없더군요. 아이어른 사이는 ‘굳은 틀’이 아니라, ‘서로 오가는 살림’입니다. 어른은 아이한테서 배우고, 아이는 어른한테서 사랑을 물려받으니, 둘 사이는 늘 싱그러이 빛나요. 이와 달리 벼슬판은 윗자리에서 밑자리로 시킴질만 있으니 딱딱하고 메마르며 고인물로 치달아 썩더군요. 뽑기(선거)를 하느라 나랏돈을 엄청나게 쓰는데, 뽑기가 없이 서로 일자리를 맡으면서 슬기로이 다스려야 나랏돈을 제대로 알맞게 쓰면서 쌈박질이 사라지는 아름누리로 거듭나리라 봅니다. 그만 뽑고 살림을 지을 하루입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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