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6.19.
《수원을 걷는 건, 화성을 걷는 것이다》
김남일 글, 난다, 2018.9.19.
후박나무 곁에서 암딱새(암컷 딱새)를 본다. 우리 집 마당 한켠은 가랑잎으로 수북한데, 가랑잎이 삭는 동안 까무잡잡한 새흙이 태어나고, 지렁이에 작은벌레가 가득 모인다. 딱새뿐 아니라 크고작은 새가 자주 ‘가랑잎더미’로 내려앉아서 콕콕 쪼면서 벌레잡이를 한다. 새벽부터 매나무에서는 휘파람새가 노래한다. 낮에는 제비가 하늘을 가른다. 구름이 가득한 하루였으나, 밤에는 모두 걷히고 별잔치를 이룬다. 《수원을 걷는 건, 화성을 걷는 것이다》를 읽고 고개를 갸웃했다. ‘걸으’려고 할 적에는 걸으면 된다. ‘걷기 = 대단한 일’이 아니다. ‘걷기 = 수수한 삶’이다. 두 다리로 걷기에 네 바퀴로 씽씽대는 쇳덩이를 나무랄 일은 없다. 두 다리로 걸을 적에는 아이 손을 맞잡고 사뿐사뿐 바람을 마시면서 마을을 누리면 넉넉하다. ‘수수하게 거닐기’를 하지 않고 ‘대단하게 걷기(도보여행·탐사)’를 하려고 들면, ‘이미 굳어버린 눈으로 쳐다볼 뿐’이라, ‘생각이 아닌 외곬’로 읊다가 그친다. 수원 〈오복서점〉은 이 책이 나오던 2018년에도 멀쩡히 잘만 책살림을 꾸렸다. 김남일 씨 같은 분들이 책집마실을 안 다닌 터라, 〈오복서점〉은 ‘수원 마지막 헌책집’으로 2023년 5월 31일에 닫았다(오프라인 매장 종료).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