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꽃 / 숲노래 우리말

나는 말꽃이다 142 다른사람



  저는 ‘다른사람(타인·외부인)’이 글을 어떻게 쓰는지 궁금하지 않습니다. 한 가지만 합니다. 이웃(다른사람)이 글을 썼다면, 이웃님이 쓴 글을 가만가만 읽고 곱새기면서 ‘이웃님은 어떤 삶으로 하루살림을 짓는 길에 이 글을 썼을까?’ 하고 두고두고 헤아리다가 ‘나는 스스로 오늘 어떤 눈빛으로 하루살림을 짓다가 이 글을 읽는가?’ 하고 하나하나 짚고서 느낌을 밝힙니다. 낱말풀이를 할 적에는 ‘사전적 정의’를 하려고 들지 않습니다. 어느 낱말이건 ‘이 낱말이 처음 태어난 삶자리’를 그리고, ‘이 낱말을 먼 옛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어떤 삶을 바탕으로 어떤 눈길로 바라보면서 썼는가’를 생각합니다. ‘다른사람’은 ‘내’가 아니기에 나처럼 바라보지 않고 나처럼 말하지 않고 나처럼 생각하지 않습니다. 모든 낱말은 그야말로 모두 다르게 마련이라, ‘다 다른 낱말에 서린 다 다른 숨결’을 읽어내려 할 적에 비로소 뜻풀이를 ‘다 다른 낱말결을 살려서 할 수 있’습니다. 낱말풀이를 하려면, 먼저 ‘나랑 네가 다르다’를 온삶으로 익혀서 알아야 한달까요? 모든 사람이 다 다르듯, 모든 낱말이 다 다르니, 어느 낱말이건 다 다른 삶이 흐르는 다 다른 결을 읽고 헤아리고 녹일 적에 문득 실마리를 엽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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