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우리말꽃 2023.6.15.
오늘말. 자빠지다
우리한테는 여러 가지 눈이 있습니다. 뻔히 바라보는 몸눈이 있고, 다 죽어가는 판박이를 벗기면서 따분한 틀을 걷어내는 꽃눈이 있어요. 언제나 배움빛으로 빛나는 참한 속눈이 있고요. 얼나가거나 얼잃은 몸을 추슬러서 스스로 거울이 되는 반듯한 익힘꽃으로 피어날 수 있습니다. 넋빠지거나 넋없이 잠드는 마음을 온숨으로 깨우는 눈송이입니다. 겨울눈은 겨울을 고이 덮어 재우기도 하지만, 추위를 느끼도록 북돋아 한결 곱고 야무지게 눈망울을 맺도록 톡톡 건드립니다. 모든 하루는 새롭습니다만, 언제나 틀박이처럼 찾아와서 재미없다고 여기는 눈길이 있습니다. 지친 마음에 자빠지는 몸으로 치달으면, 그만 둘레도 스스로도 심심하다고 여기면서 이 삶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 하는 잿빛으로 바뀌어요. 우리는 훌륭해야 하지 않지만, 누구나 참합니다. 우리는 듬직하지 않을 수 있지만, 누구나 바르고 잘합니다. 이 꽃을 보고 저 꽃을 봐요. 몇몇 사람만 꽃사람이지 않습니다. 목돈을 들여 길가나 가게를 채우는 꽃만 꽃이지 않아요. 웃음을 띠는 낯부터 꽃낯입니다. 스스로 낮추거나 높이는 몸짓은 덧없어요. 그저 곧게 하루를 보면 온빛을 담아 아름답습니다.
ㅅㄴㄹ
거의 죽다·다 죽어가다·자다·잠·잠들다·쓰러지다·자빠지다·넋나가다·넋잃다·넋빠지다·넋가다·넋비다·넋없다·얼나가다·얼잃다·얼빠지다·얼가다·얼비다·얼없다 ← 혼수(昏睡), 혼수상태
바른이·바른사람·곧은이·곧은사람·착한이·착한사람·참사람·믿음직하다·듬직하다·잘하다·거울·스승·훌륭하다·반듯하다·곧다·바르다·맞다·착하다·참하다·고분고분·얌전하다·곱다·고운길·빛나다·온넋·온숨·온님·온빛·아름답다·아름꽃·아름빛·아름이·배우다·배움꽃·배움빛·익힘꽃·익힘빛·꽃·꽃낯·보기·보임꽃·꽃보기·꽃사람·뻔하다·빤하다·판박이·틀박이·따분하다·심심하다·재미없다 ← 모범, 모범적, 모범시민, 모범생, 모범답안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