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서 짓는 글살림

손바닥만큼 우리말 노래 1



손바닥은 땅바닥에 대면 작다. 그러나 손바닥은 개미한테는 넓고, 나비가 내려앉기에도 넉넉하고, 풀씨를 그득 받을 만큼 넓다. 우리말을 꼭 이 손바닥만큼 생각해 보면 하루가 새로울 수 있을까?



닷새일

지난날에는 이레 가운데 하루조차 안 쉬고서 일하는 사람이 많았다. 설이랑 한가위조차 안 쉬던 분도 많았다. 이분들은 늘 ‘이레일’을 한 셈이다. 이러다가 ‘엿새일’로 바뀌고 ‘닷새일’로 자리를 잡는데, ‘나흘일’을 하는 곳도 꽤 늘었다. 다만,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는 늘 이레일을 한다. 낱말책을 여미는 일꾼도 언제나 이레일을 한다. 시골에서 흙살림을 하는 이웃도 노상 이레일을 한다.


나흘일 (나흘 + 일) : 이레 가운데 나흘을 하루 8시간씩 일하는 길·틀·얼개·자리. (= 나흘살림. ← 주4일근무, 주4일근무제, 주4일제, 주4일노동, 사일제근무, 사일제노동)

닷새일 (닷새 + 일) : 이레 가운데 닷새를 하루 8시간씩 일하는 길·틀·얼개·자리. (= 닷새살림. ← 주5일근무, 주5일근무제, 주5일제, 주5일노동, 오일제근무, 오일제노동)

이레일 (이레 + 일) : 이레 내내 하루 8시간씩 일하는 길·틀·얼개·자리. (= 이레살림. ← 주7일근무, 주7일근무제, 주7일제, 주7일노동, 칠일제근무, 칠일제노동)



하루벌이

일하고 또 일하지만 가난한 살림이 있다. 하루하루 땀흘리는데 땀값을 제대로 누리지 못 하는 살림이 있다. 참으로 ‘가난벌이’요 ‘굶는벌이’로 여길 만하다. 하루일꾼은 하루일이 있더라도 일거리가 잇지 않으면 어느새 가난하다. 하루팔이란, 하루를 품팔이를 하지만 앞날이 안 보이는 길이다. 하루벌이란, 하루는 벌되 이튿날은 벌잇감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길이다.


하루벌이 (하루 + 벌다 + -이) : 1. 하루 일한 만큼 돈·삯·값을 받는 길이나 자리. 하루를 일하고서 받는 돈·삯·값. (= 하루팔이·하루삯꾼·하루일꾼·날삯꾼·날품팔이. ← 일수日收, 일수입, 일용직, 일용 노동자, 비정규직) 2. 부지런히·힘껏 일하지만 가난한 살림이나 얼개나 모습. (= 하루팔이·하루삯꾼·하루일꾼·가난팔이·가난벌이·가난일꾼·가난삯꾼·굶는벌이·굶는일꾼·굶는삯꾼. ← 워킹푸어working poor, 근로빈곤층, 생고생)



봄맞이새

그대로 눌러앉으니 ‘텃새’이고, 철마다 보금자리를 바꾸니 ‘철새’이다. 새는 늘 보금자리를 사랑으로 가꾸기에 ‘텃새·철새’는 수수하게 새를 바라보면서 아끼는 이름이다. 그런데 이 낱말을 얄궂게 빗대는 자리에 으레 쓰더라. 그러면 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새말을 지을 수 있다. 봄철새는 ‘봄맞이새’로, 겨울철새는 ‘겨울맞이새’라 할 만하다. 봄맞이꽃처럼 이름을 붙이고 겨울눈처럼 이름을 헤아린다.


봄맞이새 (봄 + 맞이 + 새) : 봄을 맞이할 즈음이나, 봄부터 여름 사이에 찾아오는 새. 봄을 누리려고 찾아와서 여름까지 누리다가 가을 무렵 돌아가는 새. (= 봄새·봄철새. ← 춘조)


ㅅㄴㄹ


이 글은 <월간 토마토> 2023년 6월호에 실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