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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소란스러운 우표의 세계
서은경 지음 / 현암사 / 2023년 4월
평점 :
숲노래 책읽기 / 숲노래 글손질 2023.6.5.
다듬읽기 54
《이상하고 소란스러운 우표의 세계》
서은경
현암사
2023.4.5.
《우표의 세계》(서은경, 현암사, 2023)를 읽다가 ‘나래터(우체국)’에서 쓰는 숱한 말이 일본말씨인 줄 새삼스레 느낍니다. ‘초일봉투’나 ‘전지’ 같은 일본말씨를 여태 안 고치는군요. 저는 어린이로 살던 1982년부터 나래꽃(우표)을 모았습니다만, 나래꽃책(우표첩)을 빌려주고서 못 돌려받은 뒤로는 더는 모을 마음이 사라졌으나, 다달이 읍내 나래터에 가서 《우표》란 달책은 꼬박꼬박 읽습니다. 글쓴이는 ‘나이든 아재’를 꽤 거북하게 여기는 듯싶은데, 글쓴이도 머잖아 ‘꼰대 아재’ 나이에 이릅니다. 그분들이 비록 ‘꼰대 아재’여도 ‘나래꽃’ 하나에 깃든 작은 살림을 이야기하며 눈망울을 반짝이는 어린날을 보낸 기나긴 길을 걸어온 줄 좀 헤아려 보았다면, 이 책은 새록새록 돋보였으리라 느낍니다. 글쓴이가 모으는 나래꽃만 빛나야 하지 않아요. 요새 나래터 앞에 서는 줄은 예전에 대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쪽종이가 왜 ‘나래(날개)’인지 살피기를 바라요.
ㅅㄴㄹ
편지 한 통을 보낼 때 우편 요금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
→ 글월 한 자락 보낼 때 글월삯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
→ 글월 하나 보낼 때 글나래삯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
5쪽
잘 모른다는 사실을 여실히 느낄 때
→ 잘 모르는 줄 또렷이 느낄 때
→ 잘 모르는 줄 환하게 느낄 때
6쪽
필연적으로 열쇠고리, 즉 키링도 필요 없는 존재가 되었다
→ 어느새 열쇠고리는 쓸모가 없다
→ 이제 열쇠고리는 안 쓴다
9쪽
나도 유행에 탑승해 내 마음에 드는 키링을 직접 만들어 봤다
→ 나도 바람을 타 내 마음에 드는 고리를 손수 엮어 봤다
→ 나도 슬그머니 내 마음에 드는 열쇠고리를 손수 짜 봤다
9쪽
봉투를 꾸밀 때 사용제 우표를 사용하는데 꾸미는 능력이 부족해서
→ 자루를 꾸밀 때 ‘다쓴나래꽃’을 붙이는데 솜씨가 모자라서
→ 글자루에 ‘다쓴나래꽃’을 붙이는데 꾸미는 솜씨가 얕아서
9쪽
후속 시리즈가 나오는지, 새로운 시리즈가 시작되는지
→ 다음 꾸러미가 나오는지, 새 꾸러미가 나오는지
→ 뒷이야기가 나오는지, 새로 이야기가 있는지
21쪽
전지로 최소 다섯 장은 필요했다
→ 큰판 다섯 자락을 사야 했다
→ 적어도 한판 다섯을 사려 했다
→ 온판으로 다섯을 갖추려 했다
25쪽
다른 사람들이 하나둘씩 오기 시작했다
→ 다른 사람들이 하나둘 온다
25쪽
여행 중에 귀한 시간을 내서 우체국에 가다니
→ 마실하며 꽃짬을 내서 나래터에 가다니
→ 나들이하는 바쁜 틈에 날개터에 가다니
43쪽
생각보다 효율적인 동선이 나온다
→ 생각보다 좋은 길이 나온다
→ 생각보다 즐겁게 다닐 수 있다
43쪽
꼭 초일에 우체국에 가서 만들고 싶어지는
→ 꼭 첫날에 나래터에 가서 여미고 싶은
53쪽
공식적인 루트를 참 좋아하는 듯하다
→ 너른길을 참 좋아하는 듯하다
→ 두루길을 참 좋아하는 듯하다
174쪽
누가 봐도 당황스럽게 생겼었다
→ 누가 봐도 놀랍게 생겼다
→ 누가 봐도 떨떠름하게 생겼다
186쪽
해외여행을 가면 나에게 엽서를 쓴다
→ 이웃마실을 가면 나한테 쪽글을 쓴다
→ 먼길을 가면 나한테 나래잎을 쓴다
201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