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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36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12월
평점 :
숲노래 만화책 2023.6.3.
책으로 삶읽기 818
《배가본드 36》
요시카와 에이지 글
이노우에 타카히코 그림
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3.12.15.
《배가본드 36》(요시카와 에이지·이노우에 타카히코/서현아 옮김, 학산문화사, 2013)을 읽으면, 칼을 내려놓고서 쟁기를 손에 쥔 사람들이 나온다. 칼이란, 날카롭게 죽이는 연장이라면, 쟁기란, 골고루 갈아서 살리는 연장이다. 알고 보면 ‘칼·갈’은 말밑이 같다. ‘ㅋ·ㄱ’로 쓸 뿐이다. 칼도 싸움터가 아닌 부엌에서 도마질을 할 적에만 쓴다면 살림살이로 바뀐다. 그러니 ‘연장 탓’이란 덧없다. 연장 탓이 아닌 ‘마음 탓’을 할 노릇이요, ‘마음 갈닦기’를 할 일이다. 먼저 마음부터 갈아엎거나 갈고닦아야 몸을 다스릴 수 있고, 어느새 삶을 다스려 새길로 뻗을 테지. 칼자루를 쥐고 흔드는 바보짓을 멈추어야 사람이 사람답다. 《배가본드》는 길디길게 칼부림을 잔뜩 그리면서 멋을 부리다가 끝자락으로 넘어오면서 ‘칼부림·멋부림’이 그저 바보짓이라는 대목을 보여주면서 ‘흙살림’을 들려주는데, 그린이가 처음부터 칼장난 아닌 흙짓기를 사람들한테 들려주는 길을 노래했다면 어떠했을까? 《슬램덩크》나 《배가본드》가 ‘나쁜만화’라고는 느끼지 않지만, 어린이한테는 보여줄 뜻도 값도 까닭도 없다고 느낀다. ‘칼잡이가 철드는 길’을 그림으로 담으면서 ‘그림꽃님(만화가)로서 철드는 길’을 스스로 못 느낀다면, 이이(그린이)한테는 아무 빛을 바랄 수 없다.
ㅅㄴㄹ
“팔만으로 낼 수 있는 힘이라 해봤자 뻔한 거다. 몸의, 발 뒤꿈치도, 다리도, 허리도, 배도, 다 거기에 있는데, 기다리고 기다려도 제 차례는 안 오고, 있다는 것조차 잊혀져서 …….” (18쪽)
“언제부터인지는 잊었어.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도 기억이 안 나지만, 강해져야만 한다고 생각하며 살았지. 강하다는 게 뭘까? 계속 움직이고 변하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 왜 포기하지 않느냐고 쇼조는 말했지만, 말로는 이해할 수 없어. 그 마음을 맛보기 전에는.” (75쪽)
“할 수 있겠나, 바보들? 살기 위해서.” (109쪽)
“내 논은 누대에 걸쳐 이어져 내려온 걸세. 거기에서 생명이 나고 또 죽고. 너희 흙에는 그게 없어.” (122쪽)
#宮本武藏 #バガボンド #vagabond #井上雄彦 #吉川英治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여러 해를 놓고서
곰곰이 생각한 끝에
이노우에 씨 만화책은
'비추천도서' 갈래에 놓기로 했다.
어린이하고 청소년한테
보여줄 수 없기 때문이다.
<배가본드> 뒷자락
농사 이야기만 보여줄까도 싶었으나
'기무라 아키노리' 님 책으로도
넉넉하니
이이 만화책은
안타깝지만 이제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