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4.18.


《나무의 어두움에 대하여》

 이난영 글·그림, 소동, 2023.3.8.



비가 가볍게 뿌릴 동 말 동하다. 등허리를 가만히 펴면서 집안일을 돌본다. 큰아이가 ‘람타(www.ramtha.com)’ 이야기를 배운다. 이제 스스로 마음꽃을 피우면서 꿈씨앗을 가다듬는 얼거리를 차근차근 여민다. 씨앗(양자물리학)을 읽을 줄 알아야 마음을 다스리고, 생각을 밝히면서, 삶을 스스로 짓는다. ‘씨앗’은 ‘부스러기(이론·지식·수식·과학·수학)’가 아니다. 소쩍새에 휘파람새에 범지빠귀에 제비에 박새에 직박구리에 할미새에, 온갖 새가 노래물결을 이루고, 개구리하고 풀벌레가 나란히 노래잔치를 여민다. 이 봄날에 불쑥불쑥 터지는 한 마디는 “대단하구나!”이다. 《나무의 어두움에 대하여》를 읽고 보니 ‘나무’ 이야기가 아닌, 글쓴이 스스로 마음을 어둡게 누른 이야기로구나 싶다. 그러면 처음부터 대놓고 “나는 어둡다”라 밝힐 노릇이다. 스스로 갉은 “내 어둠”을 고스란히 보면 된다. 밤이 와야 새벽이 밝는다. 밤을 맞이해야 몸을 쉬면서 새빛(아침)으로 나아간다. 어둠(밤빛)은 안 나쁘다. 낮을 내려놓아야 비로소 나를 낮추면서, 다시 나한테 나무 같은 푸른빛을 베풀 수 있다. 나를 사랑하면 언제나 쉽고 수수하게 말할 텐데, 이 책에 춤추는 얄궂거나 어려운 꾸밈말(지식인 말씨)도 퍽 아쉽다.


ㅅㄴㄹ


나무에 대한 일말의 지식도 추억도 없는 내가

→ 나무를 하나도 모르고 이야기도 없는 내가

→ 나무를 쥐뿔도 모르고 얽힌 일도 없는 내가

→ 나무를 잘 모르고 떠올릴 얘기도 없는 내가


왜 뭇 생명들은 강제로 이주를 당하고, 뿌리 뽑히는 삶을 살아야만 할까

→ 왜 뭇목숨은 억지로 옮기고, 뿌리뽑히며 살아야만 할까

→ 왜 뭇숨은 마구 쫓기고, 뿌리뽑히는 삶이어야만 할까


황급히 새들이 날아와 나무의 어두움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 새가 바삐 날아와 나무 사이로 사라졌습니다

→ 새가 부랴부랴 날아와 나무 틈으로 사라졌습니다


들판에서 꽃을 키우는 게 아닌 이상 씨앗을 채취해야만 자라날 꽃에게도 좋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들판에서 꽃을 키우지 않는다면 씨앗을 받아야만 자라날 꽃한테도 좋은 줄 깨달았다


쉬는 날에 가끔씩

→ 쉬는 날에 가끔


가끔씩 할머니가 앉아 있던 계단에 앉아

→ 할머니가 앉던 디딤턱에 가끔 앉아

→ 할머니가 앉던 자리에 이따금 앉아


틈새마다 양치식물이 가득한 그 길은 거대한 나무가 있는 숲길처럼 신비롭고 오래된 느낌을 준다

→ 틈새마다 홀씨풀이 가득한 길은 우람한 나무가 있는 숲길처럼 그윽하고 오래된 듯하다


홀로 선 나무는 격정적인 춤을 추고 있었다

→ 홀로 선 나무는 신나게 춤을 추었다

→ 홀로 선 나무는 힘차게 춤을 추었다

→ 홀로 선 나무는 활활 춤을 추었다


벌목 이후 벌거벗은 땅에서는 수많은 씨앗이 발아해 푸르름을 더했다

→ 잘려서 벌거벗은 땅에서는 숱한 씨앗이 싹터 더 푸르다

→ 베어나가 벌거벗은 땅에서는 온갖 씨앗이 나와 짙푸르다


이 세상에는 단지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아름다운 존재들이 참 많다

→ 이 땅에는 살아숨쉬기만 해도 아름다운 숨결이 참 많다

→ 온누리에는 그저 있기만 해도 아름다운 숨빛이 참 많다


꽃잎처럼 앉아계신다

→ 꽃잎처럼 앉으신다

→ 꽃잎처럼 앉는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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