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멋과 맛 2023.5.18.나무.



멋있게 보이고 싶니? 맛있게 보이고 싶니? 멋있게 주거나 떠나고 싶니? 맛있게 차리거나 먹고 싶어? 멋·맛은 안 나빠. 그러나 멋·맛은 수렁이나 굴레이기 좋아. 멋을 자꾸 차리려 들면, ‘멋을 내는 마음’이 된단다. 그저 멋에만 마음을 기울이다가 눈빛도 숨빛도 살림빛도 사랑빛도 잊어. 멋을 머슴처럼 붙잡기에 먼저 멎어버려. 맛없게 먹을 까닭이 없지만, 맛있게 먹어야 하지 않아. 그저 마주하고 맞이하면서 마음을 맑게 북돋우려는 하루이면 돼. 맛을 자꾸 찾으니 망가진단다. 맛이란, ‘지음’이 아닌 ‘만듦’이야. 멋차림처럼 맛차림이고, 멋·맛은 속으로 빛나는 사랑이 아닌, 겉몸·겉옷을 붙잡는 굴레란다. 왜 ‘머저리’나 ‘멍청이’라 하겠니? 멈출 줄 모르거든. ‘멋대가리 없다’고 싫어하는 이들이 많더구나. 그런데 ‘멋대가리’는 없어도 돼. 먼저 보이려고 하는 멋·맛은 눈을 홀려서 마음빛을 빼앗거든. 일부러 ‘멋없게·맛없게’ 하지는 마. 그저 ‘온마음·온몸’으로 나서서 하면 돼. 네 온마음으로 빛내고, 네 온몸으로 사랑하렴. 네 온넋을 들여서 짓고, 네 온숨을 기울여서 쓰렴. ‘온마음·온몸’으로 할 적에는 스스로 빛나면서 늘 새롭게 피어나지. ‘멋부림·맛내기’로 할 적에는 스스로 빛을 잊고 잃으면서 자꾸자꾸 기운빠진단다. 사랑일 적에는 살리고, 사랑이 아닐 적에는 죽어. 사랑으로 바라보면 ‘먼저’도 ‘나중’도 없어. 사랑이 아닌 눈이기에 ‘멋·먼저’에 얽매여. 너를 보렴. 눈을 밝히렴. 눈치가 아닌 눈송이처럼 날고, 눈꽃처럼 피고, 잎눈처럼 가볍게 떠오르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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