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친절 2023.5.19.쇠.



누구한테나 곱게 말할 수 있을까? 혼잣말부터 곱고, 내가 너를 곱게 여기면, 넌 누구한테나 곱게 말한단다. 혼잣말에 가시가 돋거나, 네가 너부터 아끼지 않으면, 넌 스스로 너부터 찌르지. 누구한테나 살갑게 굴 수 있을까? 혼자 일할 적부터 사근사근 다루고, 무엇이든 살살 다가가고 살며시 만지는 매무새에, 부드럽게 네 몸을 스스로 쓰다듬고 풀어주면, 넌 언제 어디에서나 누구한테나 살갑지. 혼자 있다고 뒹굴거나 뒤집거나 함부로 하면, 네 손에 닿는 것마다 거칠게 부리려 하면, 넌 스스로 너부터 겉치레이지. 빛을 누가 받는지 안 가리고 안 따지며 스스로 환하게 피어나기에, ‘해’는 온누리를 따뜻하게 감싼단다. 이른바 ‘친절’이라고 하는 말은 ‘해다움’이야. ‘하늘빛’다움이지. 그러니 둘레를 보렴. 해맑은 마음인 사람은 스스로 따뜻하고, 말로도 눈짓으로도 몸짓으로도 햇씨를 심는단다. 해맑은 마음이 아니거나 없는 사람은 스스로 차갑고 뾰족하고, 말로도 눈짓으로도 몸짓으로도 미움씨에 시샘씨에 불씨를 왕창 심어. 스스로 사랑인 사람은 씨앗을 심을 적에 으레 한 톨을 심지. 하나를 그려서 하나에 오롯이 마음을 기울여 사랑을 담거든. 스스로 사랑이 아니기에 온갖 씨를 마구 흩뿌린단다. 또는 온갖 곳뿐 아니라 한 곳에 무더기로 쏟아붓기까지 하더구나. 나무 한 그루가 자라는 아늑한 집을 그려서 나무씨 하나를 심으니, 천천히 자라는 동안 새가 내려앉고, 벌나비가 찾아오고, 풀벌레에 지렁이가 깃들고, 갖은 풀꽃씨가 날아와서 피고, 이러다가 새가 똥으로 심은 다른 나무가 자라서 숲을 이룬단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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