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대인관계 2023.5.20.흙.



덩굴줄기는 홀로서지 못 하기에 든든히 선 나무나 담이나 기둥을 찾는단다. 감거나 탈 든든벗을 찾아내지 못 하면 바닥을 기다가 말라죽거나 밟혀죽기 일쑤인데, 덩굴줄기끼리 서로 얽어서 버티다가 그만 스스로 꼼짝 못 하기도 해. 덩굴이 얽으면 단단하단다. 그래서 덩굴을 슬슬 꾸려서 ‘줄·끈’으로 삼지. 가만히 보면, 꽤 억센 덩굴이니, 굳이 다른 나무나 탈거리를 찾지 말고, 스스로 곧게 줄기를 올리면서 설 만할 텐데 싶지. 그렇지만 똑같은 사람이 없고, 똑같은 풀이나 나무가 없어. 곧은줄기 아닌 ‘감은줄기(덩굴)’로 삶을 짓는 풀이며 나무가 있어. 사람도 매한가지이겠지. 부드러이 만나고 마주하면서 말을 섞고 오붓이 즐거운 사이가 있고, 어쩐지 우리(나)를 친친 감거나 조이면서 살아가려는(살아남으려는) 사람이 있어. 덩굴줄기처럼 구는 사람은 살가이 이웃으로 지낼 수 있으나, 자칫 올가미가 되어, 우리(내) 숨·기운을 몽땅 빼앗을 수 있어. 덩굴나무로 구는 사람은 우리(내)가 말라죽거나 쓰러지면 ‘기댈 다른 사람’을 찾아나서지. ‘헤매며 기며 기대며 스스로 안 서는 길’을 스스로 가두는 ‘덩굴사람’은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좋은 풀잇길은 없어. 네가 곧은나무로 살아가면 될 뿐이야. 네가 네 숨빛을 고스란히 사랑으로 밝히면, 덩굴사람은 흠칫 놀라서 슬금슬금 ‘다른’ 데로 ‘달아난’단다. 네가 스스로 사랑으로 밝히면서 곧은사람으로 서지 않을 적에는, 덩굴손으로 자꾸 노리고 다가오며 눈먼짓을 하지. 넌 스스로 눈뜨면 돼.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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