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빛 2023.5.19.
오늘말. 씨줄날줄
처음부터 못 하거나 잘 한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처음은 언제나 처음입니다. 바라보는 눈길에 따라 달리 느낍니다. 그르친다고 여기는 눈매가 있고, 엉뚱하고 보는 눈망울이 있고, 틀어진다고 받아들이는 눈초리가 있어요. 어쩐지 헛짓 같다면 멈출 수 있어요. 자꾸 안 된다면 바꿀 만합니다. 뜨개질을 하다가 한 코가 어긋난 줄 느끼기에 모두 풀어 천천히 다시 뜰 수 있습니다. 어긋난 코를 멈추지 않고서 씨줄날줄을 새로 엮는 길을 헤아릴 수 있습니다. 길을 가다가 허방에 빠지면 좀 드러누워서 쉽니다. 막다른 골목으로 간 줄 뒤늦게 알아차렸으면, 짐을 내려놓고서 해바라기를 합니다. 어우러지는 길을 가기까지 어긋나곤 합니다. 웃음꽃을 피우기 앞서까지 우습게 메롱거리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곧잘 소리가 새거나 더듬더듬 읽어요. 어른도 으레 말소리가 새거나 띄엄띄엄 읽습니다. 텃밭을 차근차근 돌보듯 말밭을 천천히 돌아봅니다. 밥살림을 하나하나 추스르듯 글살림을 느긋하게 보듬습니다. 서두르기에 섞이고, 가만히 다듬기에 밤빛과 낮빛을 갈마들면서 새롭게 갈무리합니다. 한 올씩 날고, 한 줄씩 여밉니다. 한 걸음씩 딛고, 한 마디씩 나눕니다.
ㅅㄴㄹ
그릇되다·그르치다·어긋나다·엇가락·엇나가다·헝클다·엉뚱하다·엉터리·우습다·웃기다·마구 움직이다·못 받다·안 되다·되지 않다·틀리다·틀어지다·흔들리다·말썽·잘못·저지레·젬것·사달·맞지 않다·안 맞다·알맞지 않다·올바르지 않다·멈추다·멎다·메롱·해롱·허방·허튼·헛짓·벌레·버러지 ← 버그(bug), 오류(誤謬)
말살림·말살이·말밭·글살림·글살이·글밭 ← 언어환경
짜다·엮다·여미다·날다·섞다·가로세로·갈마들다·씨줄날줄·씨날 ← 교직(交織)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