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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깃발
이소리 지음 / 바보새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숲노래 노래책 / 숲노래 시읽기 2023.5.11.
노래책시렁 292
《바람과 깃발》
이소리
바보새
2006.4.20.
오늘 우리는 ‘한글’을 쓰지만, 아직 ‘한말’은 아닙니다. ‘한국 문자’가 아닌 ‘한글’이라는 이름은 주시경 님이 지어서 알리고 심었습니다. 그러나 주시경 님은 일찍 숨을 거두었고, ‘한말(우리말)’이 싹트는 길까지 일구지는 못 했습니다. ‘우리말·우리글’이듯 ‘한말·한글’인데, 왜 ‘한국어’라는 그물에 갇힐까요? 뿌리를 캐면, ‘한자·훈민정음’을 ‘수클(수글)·암클(암글)’로 가르던 조선 오백 해가 있습니다. 웃사내(남성 가부장권력)는 중국을 섬기면서 한자·한문을 ‘수클’로 삼았고, 애써 태어난 훈민정음을 ‘암클’로 깎아내렸어요. 이 기운은 오늘날에도 아직 가시지 않았습니다. 《바람과 깃발》을 읽으면서 ‘가시나’를 바라보는 모습과 글자락을 볼 때마다 거북했습니다. 무늬는 한글이되 지난날 ‘수클’ 같은 얼개요 눈썰미입니다. 숫놈은 스스로 사랑을 바라보지 않기에 수클을 씁니다. 지난날에는 중국말·중국글이 수클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사랑을 잊고 잃은 메마른 글치레’가 수클입니다. 차분히 살림빛부터 다스린다면, 누구나 글빛을 여밀 수 있는 아름다운 오늘을 어깨동무로 노래하려는 발걸음을 뗀다면, 이쪽도 저쪽에 서지 않는, ‘깃발’을 접고서 두 팔을 활짝 벌린다면, 다 바꿀 수 있습니다.
ㅅㄴㄹ
배 고팠지 / 감꽃 투둑투둑 떨어지는 밤마다 / 뜬 눈으로 지새웠지 // 배 불렀지 / 감꽃 많이 주워 먹은 그날 아침 / 똥구녕이 찢어졌지 // 그 가시나 그 머스마 / 예쁜 주디 / 보푸라진 가슴에 / 보랏빛 피멍 들었지 (감꽃/18쪽)
각시야 각시야 / 니 신랑 배고파 죽것다 / 북 치고 장구 치며 나온나 // 각시야 각시야 / 니 집 깨뜨리지 않을게 / 징치고 꽹과리 치며 나온나 // 각시야 각시야 / 때국넘 동북공정 쏼라대며 고구려사 비튼다 / 남북 가리지 말고 퍼뜩 나온나 / 쏘옥∼ (달팽이 2/25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