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2023.5.10.
오늘말. 능청
재주가 없어 꼼수를 쓴다고 둘러대는데, 솜씨있는 남을 흉내내려는 지질한 마음이 큰 탓에 능청을 떨면서 몰래질을 한다고 느낍니다. 눈가림은 늘 드러납니다. 눈속임은 티가 나요. 거짓말이 들통나지 않을 까닭이 없습니다. 못 하면 못 하는 대로 활짝 웃으면서 살살 하면 됩니다. 엉성하면 엉성한 대로 하나하나 배우면서 슬쩍슬쩍 나아가면 돼요. 땜을 하면 터져요. 각다귀나 부라퀴이기에 지분거리지 않습니다. 베끼거나 훔치는 얕은 짓은 언제나 쪼잔하게 마련이라 머잖아 펑 하고 조각조각 흩어집니다. 얼렁뚱땅 지나가도 나쁘지는 않되, 마구잡이로 이래저래 넘어가면 썩고 말아요. 스스로 허름하다고 깎지 말아요. 스스로 추레하다고 낮추지 말아요. 스스로 모자라다고 여기는 바람에 일그러진 속임짓에 눈이 가고 맙니다. 처음에는 슬그머니 뒷길을 갔다지만, 어느새 뒷구멍이 커지니, 이제는 둘러칠 수 없을 만큼 지저분한 몸짓이 늘어나서 능구렁이처럼 넘어가지 못 합니다. 틀을 깨야지요. 남을 쳐다보면서 나를 밀치던 버릇을 허물어야지요. 아이는 넘어지면서 걸음마를 익혀요. 서툰 글씨를 천천히 가다듬어요. 우리는 모두 아이입니다. 한 걸음씩 가요.
ㅅㄴㄹ
꼼수·쩨쩨하다·쪼잔하다·능구렁이·구렁이·눈가림·눈속임·능청·몰래·남몰래·몰래질·몰래하다·뒤·뒷길·뒷구멍·숨기다·감추다·베끼다·훔치다·어기다·어긋나다·깨다·허물다·마구·마구잡이·마구하다·막·막나가다·거짓질·거짓스럽다·거짓·거짓말·고약하다·나쁘다·썩다·옳지 않다·더럽다·다랍다·못되다·몹쓸·각다귀·부라퀴·속이다·속임짓·얄궂다·얼룩·어루러기·짓궂다·지분거리다·지저분하다·지질하다·찌질하다·추레하다·허름하다·이지러지다·일그러지다·살살·살며시·살그머니·슬그머니·슬며시·슬쩍·시늉·흉내·어찌저찌·얼렁뚱땅·그럭저럭·이래저래·이럭저럭·넌지시·덧대다·두르다·둘러대다·둘러치다·때우다·땜 ← 야비, 편법(便法)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밑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