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2023.5.8.

오늘말. 몰래짓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무엇이든 읽고 들려주면서 목소리로 삶을 나누었어요. 아이들은 혼자서 글을 읽는 놀이는 그리 즐기지 않습니다. 혼자 글을 읽는 시늉은 소꿉놀이처럼 하되, 어버이 목소리를 들으면서, 이 목소리에 깃든 얘기숲을 느끼고, 이야기밭에 흐르는 마음을 헤아리고, 마음마다 서린 사랑을 알고 싶거든요. 하나씩 헤집듯 살펴보는 동안 천천히 마음이 빛납니다. 속도 들여다보고 밖도 내다봅니다. 소꿉을 놀다 보면 으레 집을 뒤지듯 몽땅 늘어놓아요. 놀 적에는 나중에 치울 일은 따지지 않습니다. 신나게 놀고픈 마음으로만 나아갑니다. 여기에도 줄줄이 저기에도 줄달음으로 펼쳐놓더니 어느새 마당으로 뛰쳐나가 다른 놀이를 해요. 얼핏 보면 어지른 몸짓이요, 곰곰이 보면 구석구석 손길이 닿아 옮긴 숨결입니다. 아이가 밖에서 노는 틈에 몰래 치우기도 하지만, 어느새 소꿉잔치를 함께 즐기기도 합니다. 몰래짓처럼 치우고는 마치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하늘벗이 내려와 추슬렀다는 듯 얘기하기도 합니다. 언제나 하루는 가만가만 이어갑니다. 아이는 천천히 철들며 부드럽게 내딛습니다. 어른하고 아이 사이에는 늘 반짝반짝 얼 한 톨이 있습니다.


ㅅㄴㄹ


읽는얘기·얘기읽기·이야기를 들려주다·얘기꽃·이야기꽃·얘기숲·이야기숲·얘기밭·이야기밭 ← 구연동화(口演童話·こうえんどうわ)


몰래질·몰래짓·몰래일·몰래하다·몰래짓다·뒷짓·뒷질·뒷일·숨은짓·숨은일·숨은길 ← 밀조(密造)


집뒤짐·집을 뒤지다·뒤지다·들여다보다·살피다·살펴보다·헤집다·헤치다 ← 가택수색(かたくそうさく), 가택수사(かたくそうさ)


가다·걷다·걸어가다·줄짓다·줄잇다·줄줄이·줄걸음·줄달음·뻗다·앞걸음·앞길·앞날·길·옮기다·움직이다·나아가다·내딛다·내디디다·잇다·이어가다·잇닿다·잇대다·달려가다·달리다 ← 행진, 가두행진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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