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2023.5.8.

오늘말. 쥐꼬리


나이가 많아서 좋거나 나쁘지 않습니다. 나이가 적어서 나쁘거나 좋지 않습니다. 모든 나이는 저마다 걸어온 길이자, 배운 자취입니다. 나이가 많기에 벼랑으로 달려가지 않습니다. 어느 나이에 이르면 끝이지 않아요. 마음을 스스로 접거나 거두거나 내치기에 죽음으로 치닫습니다. 남이 쌓거나 덮는 앙금이나 멍울이 아닙니다. 스스로 받아들이는 멍이자 생채기입니다. 마음을 닫기에 다치고, 마음을 열기에 나아갑니다. 하늘을 알고 읽는 하늘나이가 있고, 기지개를 켜듯 활짝 여는 나이가 있어요. 눈망울을 반짝이면서 모두 배우는 나이가 있고, 그동안 익힌 살림을 어질게 풀어놓는 나이가 있습니다. 얼른 해치울 일이 아닌, 차근차근 매듭을 지으면서 가만히 내려놓는 일입니다. 서푼짜리 일감이든 쥐꼬리 일삯이든 대수롭지 않아요. 목돈을 쥐어야 하는 일이 아닙니다. 푼삯이라서 집어치우지 않아요. 오늘 이곳을 밝히는 하늘철을 들려주는 길을 느끼고 보고 익히려고 일을 합니다. 한 가지를 마무르면 다른 길을 밟으려고 일어섭니다. 어제를 뒤로합니다. 이곳을 바라보면서 나옵니다. 돈 한 닢에도 동글동글 오가는 사이로 어우를 이슬빛이 맺기를 바랍니다.


ㅅㄴㄹ


쉰·쉰 살·하늘길·하늘나이·하늘알이·하늘눈길·하늘철 ← 애년(艾年)


돈·돈닢·돈푼·닢·쇠·쇠돈·서푼·소꿉돈·작은돈·적은돈·싸다·싸구려·적다·쥐꼬리·푼·푼돈·푼값·푼삯 ← 주화(鑄貨)


가다·오다·끝·끝나다·끝마치다·끝맺다·마지막·벼랑·벼랑끝·벼랑길·낭떠러지·그만두다·그치다·접다·젖다·집어치우다·치우다·멈추다·멎다·서다·끊기다·막다·막히다·거두다·걷다·나오다·내려놓다·놓다·내치다·되다·다되다·다하다·닫다·닫히다·뒤로하다·떠나다·마감·마무르다·마음을 접다·매듭·맺다·밟다·손떼다·손털다·해치우다·헤어지다·안 가다·가지 않다·안 되다·되지 않다 ← 종말(終末)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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