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23.


《빛깔있는 책들 149 탈》

 심우성 글, 박옥수 사진, 대원사, 1994.9.30.



수원에서 ‘숲노래 책숲’으로 마실하는 이웃님이 계시다. 한동안 책꾸러미를 잔뜩 쌓기만 했기에 아침에 일찍 나와서 부랴부랴 치운다. 한참 멀었다. 그래도 조금은 자리를 옮겨놓았다. 책꽂이를 더 들일 틈은 없고, 작은책상을 들여놓고서 차곡차곡 책더미를 올리자고 생각한다. 이웃님은 천등산 금탑사로 마실을 가신다고 한다. 떡꾸러미를 주셨는데 ‘얼려놓을 일’이 없이 이틀이면 다 사라질 듯싶다. 묵은 책을 새삼스레 돌아보면서 하나하나 되새긴다. “그래, 처음부터 다시 긁어 놓자! 스무 해 남짓 긁은 겉그림이 몽땅 사라졌으면, 이제부터 새롭게 스무 해에 걸쳐 천천히 긁으면 될 테지!” 《빛깔있는 책들 149 탈》을 되읽었다. 1994년에는 탈을 다루는 책을 써내거나 들려줄 어른이나 길잡이가 있었을 텐데, 2023년에는 가뭇없이 사라졌다고 느낀다. ‘탈’이 왜 ‘탈’인지, ‘탈바꿈’이 무엇인지, ‘타다’란 무엇인지 차근차근 짚을 줄 아는 이웃은 얼마나 될까? 오래도록 우리 곁에 있던 살림이며 말을 모르는 채 ‘네이버·구글 찾기’만 한다면, 이런 모습이나 몸짓은 조금도 안 어른스럽고 안 사람스럽다. 겉·허울로는 사람 모습이되, 사람탈을 쓴 굴레이지 싶다. 우리는 사람인가, 아니면 사람탈을 쓴 허수아비인가.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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