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2023.4.28.

오늘말. 일밭


할 일이 많으면 슥 지나갈 수 있습니다. 일마당에서 모든 일을 내내 붙잡을 수는 없어요. 고단하니까 쉬고, 벅차니까 건너갑니다. 미루다가 언제 하느냐고 따질 만한데, 억지로 밀면 그만 다치기 쉽습니다. 서두르거나 때에 맞추려 하기보다는, 일거리를 알맞게 추슬러서 누구나 푸근하면서 즐겁게 일밭을 이루어야 아름답다고 느껴요. 아이를 낳아 돌보는 나날을 돌아본다면, 하루 스물네 시간을 고스란히 들이고, 이레 가운데 이레를 그저 바칩니다. 아이살림은 한 해 내내 꾸준히 흘러갑니다. 늘일을 하자면 쉬엄쉬엄 마주하고, 언제나 노래로 맞이할 노릇입니다. 혼자 안으려 하면 지쳐요. 떠넘기면 같이 버거워요. 일바탕을 부드러이 다독이면서 슬금슬금 춤추듯 하나하나 갈무리하면서 사랑으로 짓는 오늘을 그릴 적에 비로소 아이도 어버이도 활짝활짝 피어납니다. 모든 일살림판에는 일뿐 아니라 놀이랑 쉼이랑 이야기가 어우러집니다. 꾸며내지 않아도 이야기숲입니다. 지음글을 쓸 일이 없어요. 일판을 스스럼없이 담으니 글숲입니다. 아이하고 보내는 나날은 차곡차곡 쌓는 얘기꾸러미라고 느낍니다. 마음에도 몸에도 새기는 얘기꽃입니다.


ㅅㄴㄹ


건너다·건너가다·넘다·넘어가다·넘어서다·넘어오다·지나다·지나가다 ← 도하(渡河), 도강(渡江)


일바탕·일자리·일집·일터·일터전·일판·일마당·일밭·일살림판·일살림마당·일살림밭 ← 근로여건(근로조건·근로환경), 근무여건(근무조건·근무환경), 노동여건(노동조건·노동환경)


글·글꽃·글숲·얘기·이야기·얘기꽃·얘기숲·얘기꾸러미·얘기책·이야기꽃·이야기숲·이야기꾸러미·이야기책·꾸미다·꾸며내다·꾸밈글·꾸민글·지음글·지은글 ← 소설, 소설적, 소설책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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