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넋

책하루, 책과 사귀다 177 망가진 세대



  요즈막을 살아가는 어느 또래한테 ‘망가진 세대’라는 이름을 붙인다는 말을 듣고서 이 이름을 자꾸 붙이려 하는 까닭을 생각해 봅니다. 저는 저대로 ‘망가진 또래’인 나날을 보냈고, 둘래 언니 또래나 동생 또래는 그들 나름대로 ‘망가진 살림’인 나날을 보내었습니다. 곰곰이 보면 어느 해에 태어난 사람이든 모조리 ‘망가진 터전’을 맞이했어요. 엉터리 벼슬판·바보스러운 싸움·모자란 먹을거리·총칼에 짓밟힌 나라·사람을 위아래로 가른 굴레·어리석은 우두머리……는 언제 어디에서나 다 다르게 흘러넘쳤습니다. 우리 삶길을 ‘망가진 길’이란 이름으로 바라보면 스스로 나뒹굴어요. 우리 삶길을 ‘스스로 새롭게 짓고 가꾸어 나누고 누리는 길’로 바라보면 스스로 기운을 내어 스스로 아름답습니다. ‘남 탓·나라 탓·돈 탓·자리 탓’을 할수록 스스로 빛을 잃어 빚(굴레)에 갇혀요. ‘내 길·내 사랑·내 삶·내 노래’를 바라볼수록 스스럼없이 깨어나면서 스스로 하늘빛으로 나아가요. 누구나 씨앗이자 나무요 숲이자 푸른별이고 온누리입니다. 다 다른 몸빛이면서 모두 하나인 숨빛이에요. 저들(힘바치·돈바치·글바치)은 우리가 참빛을 잃으면서 나뒹굴기를 바라기에 자꾸 ‘망가진 세대’란 말로 길들이려 합니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