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3.4.18.

숨은책 673


《한국전래 어린이놀이》

 최상수 글

 김성두 그림

 웅진출판주식회사

 1989.4.30.첫/1992.11.25.3벌



  1989년에 《한국전래 어린이놀이》가 나왔다고 할 적에는, 어린이놀이가 벌써 자취를 감추었다는 뜻입니다. 제 또래가 어린이로 뛰놀던 무렵(1982∼87)에는 그야말로 골목이며 마당이며 너른터(운동장) 어디나 놀이터였지만, 차츰 늘어나는 쇳덩이(자동차)가 우리 놀이터를 잡아먹었고, 푸른배움터(중·고등학교)로 접어들면 더는 놀면 안 되는 판이었어요. 어린이놀이를 다룬 알뜰한 책은 조금 읽혔되 오래 읽히지 못 했고, 어느덧 가뭇없이 사라집니다. 잊히는 놀이를 다루었으니 잊힐 만할 뿐 아니라, 이 책을 곁에 두면서 아이들이 실컷 뛰놀도록 마음쓰는 어른이 드뭅니다. 어른들은 집집마다 쇳덩이를 건사하느라 바빴고, 배움수렁(입시지옥)을 뿌리뽑는 일에는 마음을 안 기울였어요. 2000년을 지나고 2020년을 지나도 ‘어린이가 놀 틈과 터를 돌려주자!’고 외치는 어른은 한 줌조차 안 돼요. ‘놀이터’를 목돈 들여 지어 주어야 하지 않습니다. 놀이는 ‘놀이터란 이름을 붙인 데’에서만 하지 않거든요. 발걸음과 손짓이 놀이요, 노래가 놀이요, 눈짓도 놀이요, 조약돌에 모래도 놀이입니다. 너나없이(남녀 안 가르고) 누리는 놀이인데, 요새는 ‘문해력(글읽기)’이란 굴레에 어린이를 가두려는 어른마저 득시글합니다. 어린이는 언제 놀지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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