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까칠한 숲노래 씨 책읽기
숲노래 오늘책
오늘 읽기 2023.3.14.
《나의 수채화 인생》
박정희 글·그림, 미다스북스, 2005.3.31.
읍내 우체국을 다녀온다. 옆집이 또 삽질판을 벌인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끝없이 일으키는 삽질판이니, 새도 풀벌레도 개구리도 숨죽인다. 삽질을 해대고 쇳덩이가 춤추는 데에서는 사람도 사람빛을 잊다가 잃는다. 저녁 19시가 지나자 비로소 쇳덩이가 멈춘다.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에 구름이 듬성듬성 흐른다. 구름도 별 못지않게 밝다. 《나의 수채화 인생》을 되읽었다. 우리 곁에서 수수하게 살다 간 어른이 많다. 그런데 수수하게 빛난 어른들 삶이나 살림이나 사랑을 글(책·신문·교과서)로 여미어서 나누는 이들은 드물다. 나날이 쏟아지는 글을 가만히 보면 ‘이야기’가 아니라 ‘악다구니’투성이라고 여길 만하다. 이런 말썽이나 저런 잘못을 비집는 글이란 어떤 마음을 부채질할까? 말썽이나 잘못에 눈감아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말썽이나 잘못만 쳐다보는 마음이라면, 스스로 어떻게 바뀌겠는가? 봄인데 봄빛을 안 본다면 우리는 어떤 몸이 될까? 구경터(관광지)에 돈을 퍼부어 때려박은 몇 가지 꽃나무가 봄인가? 아니다. 다다른 풀꽃나무가 새봄을 맞이하면서 저마다 깨어나는 푸릇푸릇한 숲빛이 봄이다. 봄맞이로 이 땅에 찾아온 여러 새가 봄이다. 쇳덩이에 몸을 싣지 않고서 두 다리로 거닐고 살림을 지어야 비로소 봄빛이다.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