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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씨는

한자말을 되도록 안 쓴다.

한자말을 싫어하기 때문에

한자말을 안 쓰지 않는다.


말더듬이에 혀짤배기인 몸으로서는

한자말을 소리내기가 꽤나 어렵고

자꾸 소리가 꼬이는 탓에

되도록 한자말을 안 쓰고

입으로 소리를 내기에 쉬울 뿐 아니라

뜻도 어린이랑 어깨동무하듯

알기에 수월한

오랜 우리말을 쓰려고 할 뿐이다.


그런데

숲노래 씨가 안 쓰는 말이라 해도

둘레(사회)에서는 익히 쓰는 터라

‘내가 안 쓰는 말’을

노래꽃(동시)으로 써 보려 한다.


이제 이런 글도 써서

이웃님한테 건네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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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노래꽃 / 숲노래 동시

내가 안 쓰는 말 4. 남자



남자란

바보같은 놈이야

스스로 못 깨닫고

곁에서 알려주면 뒷북이지


남자란

나무로 설 수 있고

날개를 펼 수 있고

노래를 할 수 있어


남자란

날(낳을) 적에는 아직 몰라도

날(나을) 적에는 확 달라지지

너도 알 테야


나긋나긋 알려주렴

느긋느긋 속삭이렴

온 나날을 사랑으로

너나없이 우리로서


2023.4.15.

ㅅㄴㄹ


‘남자’는 ‘男子’처럼 한자를 적습니다. ‘밭(田) + 힘(力)’입니다. 우리말로는 ‘가시버시’에서 ‘버시’가 ‘남자’요, ‘버시 = 벗’이며, 시골말로는 ‘머스마(머스매)’이고, 이 오랜 우리말은 ‘머슴’하고 맞닿습니다. ‘머슴’이란, 스스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 남이 시키는 일을 맡아서 해주고는 일삯을 돈이나 밥으로 받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머슴이란 일꾼은 ‘사내(남자)’입니다. 곧, 우리말 ‘머슴’이나 한자말 ‘男子’나 “시키는 일을 고분고분 힘으로 맡는 사람”인 셈입니다. 우리말이나 한자말이 왜 이런 밑뿌리를 낱말에 담았는가 하고 돌아본다면, 참말로 사내(돌이·남자)는 처음부터 스스로 생각해 보기보다는 남(순이·여자)이 들려주는 말과 모습에 따라 달라져요. 나이를 먹어도 덜 철드는 몸이 “머슴·남자”라고 여길 만합니다. 그런데 뒷북처럼 뒤늦게 철들더라도, 곁에서 순이(여자)가 언제나 사랑으로 속삭여 준다면 천천히 느끼고 알아보면서 어질게 살아가며 비로소 ‘아버지’로서 ‘어버이’ 구실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바로 ‘머스마(남자)’이기도 합니다.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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