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어제책 2023.4.7.
숨은책 820
《엽서》
신영복 글·글씨
너른마당
1993.2.20.
‘잘 팔리거나 널리 알려진 책을 값싸게 사려는 뜻’으로 헌책집에 가는 이라면 빈손으로 물러나오겠지요. 그런 책은 요새 ‘알라딘 중고샵’으로 찾아가서 사면 됩니다. 헌책집이란, ‘미처 안 알려졌거나 얼마 안 팔렸지만, 두고두고 되읽으면서 새길 아름답고 알찬 책을 고맙게 만나려는 뜻’이 몹시 큽니다. ‘누구나 말하거나 읽는 책’이 아니라 ‘아직 말하지 않거나 읽히지 않은 빛나는 책’을 알아보면서 가슴으로 품고 마음으로 새겨 머리에 담고 손발에 새기운을 북돋우는 이야기를 누리려고 헌책집으로 책마실을 다닌다고 하겠습니다. 1998년 1월 6일에 〈헌책방 사랑 누리〉란 모임을 열었더니 《엽서》를 찾아 달라는 이웃님이 꽤 많았습니다. 글쪽(엽서)을 왜 찾아 달라 하는지 아리송했는데, 신영복 님 글씨를 오롯이 담은 커다랗고 까만 책이 있다더군요. 그래서 그런갑다 하고 찾아내어 건네곤 했는데 ‘아직 새책집에 멀쩡히 있는 책’을 싸게 사려고 여쭌 이웃이 많았더군요. “여보셔요. 새책으로 있는 책을 왜 헌책으로 찾아 달라 하시나요?” “아, 그게 …….” “이 책은 헌책이든 새책이든 값이 비슷합니다. 아름답다고 여기신다면 새책으로 만날 수 있을 적에 즐겁게 값을 치러 주셔요. 그래야 오래오래 갈 테니까요.”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