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삶읽기 / 숲노래 마음노래

하루꽃 . 범나비 2023.3.31.쇠.



흰나비를 보았니? 어쩜 눈송이처럼 새하얄까? 노랑나비를 보았니? 어쩜 노을처럼 열매처럼 샛노랄까? 범나비를 보았니? 어쩜 알록달록 범무늬를 담고서 기운차고 의젓하게 날아다닐까? 봄이 한껏 무르익어 벌도 나비도 풀벌레도 거미도 깨어나는구나. 모두 제철을 읽고 느끼고 알아서 저마다 제 몸빛을 밝히네. 너는 네 몸빛을 어떻게 읽거나 느껴서 아니? 거울을 보니? 누가 들려주는 말을 듣니? 너는 네 마음빛을 어떻게 보거나 살피거나 깨닫니? 몸뚱이는 볼 수 있는데 마음속은 못 보니? 네가 마음속을 못 본다고 여기면, 네가 읊는 ‘말’은 뭘까? 모든 ‘말’은 ‘마음’을 그대로 옮긴단다. 기쁘건 슬프건 새롭건 낡건 놀랍건 수수하건 크건 작건, 모든 마음은 언제나 말로 태어나. 마음이란 뭘까? 마음은 네가 누리는 삶을 맞아들이면서 흐르고 움직이고 바뀌지. 네 삶이란, 네가 짓거나 가꾸는 살림에 따라서 흐르고 움직이고 바뀌어. 네 살림살이는 네가 스스로 일으키거나 지피거나 나누는 사랑에 따라서 흐르고 움직이고 바뀌어. 누구나 넋이 있어. 넋을 잊거나 놓으면 ‘빈 살가죽 몸뚱이에 뼈다귀’만 덜거덕거리겠지. 넋을 아로새기기에 스스로 빛난단다. 넋을 이루는 빛은 씨앗이 싹트고 깨어나고 뿌리내릴 적에 퍼져. 씨앗은 네가 스스로 꿈을 그릴 적에 얻어. 이 씨앗은 네가 고요하고 곱게 그윽히 잠든 밤에 ‘나로서 낳는 나로 나아가는 날에 날아오르듯 나타나면서 낫는 낟알’이라고 여길 만해. ‘나’를 느끼고 보고 생각하기에 ‘너’를 느끼고 보고 생각하면서 ‘나·너’를 아우르는 ‘우리’이자 ‘하늘’을 ‘하나’로 알아차리면서 ‘너머’로 나아가는 ‘님’으로 서지. 다시 범나비를 보렴. 이 봄을 봐. 봄에 봄빛인 범나비를 볼 때에, 너(나)는 너(나)를 보고 사랑할 수 있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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