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 숲노래 말넋 2023.3.31.

오늘말. 눌러앉다


몇 살까지 살아야 깨달을까요? 마음을 가꾸면 천천히 빛나면서 어느새 녹아들 테고, 마음을 잊으면 가지가지 용쓰더라도 칠칠하지 못할 테지요. 나무는 몇 살을 살아내려나 하고 헤아려 봅니다. 우리 삶터를 아름답고 푸르게 감싸면서 뿌리내리는 나무 한 그루를 즈믄 해 즈음 지켜본 사람은 얼마나 있을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는 즈믄 살은커녕 여든 살도 못 살아내는 몸일까요, 아니면 함초롬한 숨빛을 북돋우는 숨길을 틔우면서 나무나 들꽃마냥 멋스러이 얼마든지 지낼 수 있을까요. 온갖 재주를 부리기에 오래오래 살지는 않아요. 뭇길을 써서 눌러앉을 수는 있다지만, 낡거나 늙는 몸으로 머문다면, 즈믄 살에도 꽃을 피우는 해사한 나무빛을 못 품겠지요. 봄마다 새로 돋는 들꽃은 잘나지 않습니다. 그저 의젓합니다. 오롯이 그림같습니다. 물불을 안 가리며 더 붙들려 한다면 오히려 아쉬운 티끌만 남아서 사그라들게 마련입니다. 우듬지에 둥지를 트는 새를 바라봐요. 나뭇가지에 가볍게 깃드는 새를 봐요. 새 한 마리는 빼어나거나 훌륭하지 않을 수 있으나, 함함하고 곱습니다. 누구나 마음 깊이 계신 밝은 넋을 깨우면 좋겠습니다. 사랑을 깨워 온길을 걸어요.


ㅅㄴㄹ


높다·멋스럽다·바르다·반듯하다·그림같다·빛나다·아름답다·밝다·알 만하다·이름나다·의젓하다·잘나다·점잖다·좋다·대단하다·훌륭하다·빼어나다·참하다·칠칠하다·함함하다·함초롬하다·해사하다 ← 고명(高明), 고매(高邁)


-로·-로써·-으로·물불·뭇길·온길·온갖·갖가지·가지가지·손목·손회목·팔목·팔회목·재주·솜씨 ← 수단방법


계시다·깃들다·남다·녹아들다·눌러앉다·눌러살다·눌어붙다·터잡다·자리잡다·뿌리박다·뿌리내리다·살다·둥지틀기·지내다·머금다·머무르다·머물다·묵다·보내다·몸담다·몸두다·몸을 담다·몸을 두다·붙다·있다·자다 ← 정주(定住)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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