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무늬 고양이 코우메 21
호시노 나츠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숲노래 그림꽃 / 숲노래 만화책 / 숲노래 푸른책 2023.3.22.

펫숍을 만드는 사람들


《줄무늬 고양이 코우메 21》

 호시노 나츠미

 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2.11.15.



  《줄무늬 고양이 코우메 21》(호시노 나츠미/김진수 옮김, 대원씨아이, 2022)를 읽으면서, 우리 곁 여러 숨결을 헤아려 봅니다. 2008년부터 잇는 이 그림꽃은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무럭무럭 자라는 동안, 둘레 고양이를 비롯해 둘레 사람들이 차근차근 같이 자라면서 함께 살림하는 나날을 부드럽게 보여줍니다. 첫걸음부터 스물한걸음에 이르도록 천천히 읽어 오면서 여태 몰랐던 한 가지를 이제서야 깨닫는데, 《줄무늬 고양이 코우메》는 ‘귀염가게(펫숍)에서 억지로 뿌리(족보)를 받아 태어나는 고양이’가 아닌 ‘마을 한켠에서 저마다 살림을 이루는 들고양이’가 들고양이로도 살고 마을고양이로도 살며 집고양이로도 사는 얼거리를 그려내 왔어요.


  그러나 이 그림꽃은 ‘펫숍이 나쁘다’ 같은 말은 대놓고 하지 않습니다. ‘펫숍이 아닌 마을’을 보여주고, ‘펫숍이 아닌 살림집’을 보여주며, 아이들 스스로 마을고양이하고 이웃이며 동무로 지내는 나날을 보여줄 뿐입니다.


  영어로 쓰는 ‘펫’을 한자말로는 ‘애완동물’로 옮기고, 요새는 ‘반려동물’이라는 한자말로 고쳐쓰자고들 합니다. ‘애완(귀염)’보다는 ‘반려(곁)’가 나을 만합니다. 그런데 ‘애완·반려’ 같은 한자말을 어린이가 얼마나 알아들을 만할까요? 왜 처음부터 ‘귀염이·곁벗’처럼 수수하면서 쉽게 우리말로 나타내지 않을까요?


  함께 삶길을 걸어가는 사람은 ‘반려자·동반자’가 아닌 ‘짝꿍·곁짝’입니다. 곁에서 짝을 이루며 함께 살아가기에 ‘곁·짝’이라는 낱말로 가리킵니다. 사람 사이에서 서로 ‘곁님’이고, 어른아이 사이에서도 나란히 ‘곁님’이면서, 사람이며 짐승이며 풀꽃나무도 다같이 ‘곁님’입니다.


  이제서야 말썽거리를 느끼면서 바꾸려는 사람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아직 말썽인 줄 못 느끼기에 안 바꾸는 사람이 있기도 할 테며, 앞으로도 내내 모르는 채 살거나 등돌리는 사람도 있겠지요. ‘펫숍’만 말썽거리일 수 없어요. ‘종잇조각 배움터(졸업장 학교)’는 언제나 말썽거리였어요. ‘입시지옥’이란 이름까지 버젓이 있지만, 왼오른(좌파·우파)은 똑같이 뒷구멍으로 종잇조각을 주고받거나 앞에서 대놓고 종잇조각을 나누어 왔습니다. 힘·이름·돈을 움켜쥔 이들만 종잇조각을 나누지 않아요. 작고 수수한 자리에 있는 우리들 스스로 힘·이름·돈을 노리면서 종잇조각을 움켜쥐려는 길을 달려왔고, 우리 아이들을 배움수렁(입시지옥)에 그저 몰아놓습니다.


  배움수렁이 사라지도록 우리가 스스로 마음을 기울이면, 펫숍도 저절로 사라질 만합니다. 배움수렁을 걷어내고서 ‘배움꽃’으로 피어나는 길을 함께 차근차근 지으면, 총칼(전쟁무기)과 싸움(전쟁)도 우리나라뿐 아니라 푸른별에서 녹여낼 수 있습니다.


  모든 길은 늘 하나로 만나요. 새끼 고양이를 마냥 귀엽게만 바라보면서 노리개로 삼으려 하기에 ‘귀염이(펫·애완)’ 같은 이름이 태어나고 자랍니다. 새끼 짐승도 어린 사람도 나란히 사랑스러운 숨결로 바라보는 눈길이라면, ‘사랑이·사랑꽃’ 같은 낱말을 혀에 얹을 뿐 아니라, ‘곁님’을 사랑으로 바라보는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요.


  펫숍을 만들어 뭇목숨을 괴롭히며 돈으로 사고파는 이들도 우리요, 푸른별을 아름누리로 돌보며 가꾸는 이들도 우리입니다. ‘어떤 우리’로 서면서 ‘어떤 하루’를 짓는 ‘어떤 마음’으로 나아갈 ‘어떤 삶’을 바라보려는지, 바로 ‘우리 스스로’ 추스르며 한 발짝을 내딛을 적에 모두 바꾸어 낼 수 있습니다.


ㅅㄴㄹ


“코우메는 엄마 부탁대로 ‘엄마를 대신한’ 가 아닐까.” “어머, 그럼 내가 되려고 한 결과가 그거였어? 행주가 떨어져 있던 것도 내가 가끔 물건을 떨어뜨리는 걸 흉내낸 거야?” “응.” (24쪽)


“늘 보던 버섯요정이네여.” “어떻게 알았지? 이번에는 완벽하게 변장했는데.” “왜긴, 버섯을 타고 있으니까 알져.” (48쪽)


‘그녀라면, 우미 말인가.’ ‘우미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고양이라고 해서 실망하지 않았으면.’ ‘코우메를 둘러싸고 앉아 있는 이 느낌, 재미있다.’ (122쪽)


“고양이의 날이라고 해서 고양이한테 좋은 게 있나여? 나는 고양이의 날이 뭐가 좋은지 하나도 모르겠쪄요!” “고양이의 날에도 페어에서 맛있는 사료를싸게 팔아. 하지만…….” “고양이의 날 멋져.” “오늘은 엄마가 바빠서 고양이 날 페어에 가지 못했습니다.” (132쪽)


“코유키도 참. 물리고 싶지 않으면 가까이 가지 않으면 될 텐데.” (137쪽)


어떤 포즈를 해야 타쿠가 귀여워♥라고 해줄지 생각해 본다. 지금까지의 기억을 떠올리는 중. (142쪽)


#キジトラ猫の小梅さん #ほしのなつみ #ねこぱんちコミック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