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숨은책 / 숲노래 책읽기 2023.3.19.
헌책읽기 8 교육과 문화적 식민주의
배움터를 다니기에 배우지 않습니다. 이름은 ‘배움(학) + 터(교)’이지만, 정작 우리나라는 배움터가 아닌 ‘사슬터’나 ‘굴레터’이기 일쑤입니다. 우리나라 초·중·고등학교에 대학교가 ‘배움터’라 한다면, 종잇조각(졸업장·자격증)을 안 주고 안 따질 테지요. 종잇조각을 거머쥐느라 불꽃이 튀면서 서로 밟고 다투고 겨루는 판이라면, 배움길하고는 등집니다. 왜냐하면 종잇조각은 ‘사랑나눔(서로 사랑을 나눔)’이 아닌 ‘자리나눔(위아래로 자리를 나눔)’으로 기울거든요. 어질게 일하며 착하고 땀흘리는 사랑으로 나누는 길을 배움터에서 얼마나 엿볼 만할까요? 종잇조각을 내밀면서 돈벌이하고 이름팔이에 얽매이는 얼거리이지 않은가요? 《敎育과 文化的 植民主義》처럼 딱딱하고 한자가 그득한 책은 다시 읽히거나 나오기 어려우리라 봅니다. 그저 묵은 책입니다. 그러나 이 묵은 책에서 얼핏설핏 짚는 ‘학교와 교육이 식민주의를 심는다’는 줄거리는 예나 이제나 곰곰이 돌아볼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배움터(학교)를 드나들 수 있기에 ‘민주·평등·자유가 퍼지지 않는다’는, 오히려 ‘민주·평등·자유를 짓밟는다’고 하는 ‘보통교육’이라지요. 미국이 어떠한가를 들여다보기 앞서, 우리나라를 들여다보기를 바랍니다. 홀로서기(독립운동)를 바라면서 배움터를 세운 뜻있는 분들하고 너무도 달랐던 ‘조선총독부 보통교육’입니다. 오늘날 ‘입시지옥 보통교육’은 ‘박정희 군사독재 새마을운동 보통교육’하고 매한가지입니다. 허울은 ‘보통교육’이라 하지만, 미국 독립운동·한국 일제강점기·박정희 군사독재와 새마을운동·한국 입시지옥은 모두 나란히 흐르는 사슬이자 굴레가 되어, 우리 스스로 ‘배움터를 더 다니면 더 다닐수록 종(노예)이 되는’ 셈입니다. 따로 이반 일리치까지 안 들추어도 됩니다. ‘보통교육’이 없던 지난날에는 모든 사람이 손수짓기(자립·자급자족)를 했습니다. ‘보통교육’이 뿌리내린 오늘날에는 되레 ‘학벌·파벌’이 춤춥니다.
ㅅㄴㄹ
《敎育과 文化的 植民主義》(마틴 카노이/김쾌상 옮김, 한길사, 1980.11.29.)
남북전쟁의 결과로도 흑인의 경제적 위치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들은 이제 노예신분에서는 벗어났으나, 이들이 처하여 있던 토지제도는 그 성격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 (278쪽)
학교교육은 개인의 소득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인이 되지만, 기존의 상하계층 구조가 그대로 존속하는 한, 학교교육은 소득을 평등화시키는 데 이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366쪽)
교사와 학생은 학교 내의 자신들의 현실을 직시하고 또 학교라는 제도가 불의를 영속화시키는 데 어떤 기능을 하는가도 꿰뚫어보아야 한다. (373쪽)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