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책숲마실
푸른삯 (2022.8.18.)
― 수원 〈오복서점〉
오늘은 충북 충주 노은면으로 갑니다. 새벽바람으로 길을 나섭니다. 고흥읍에서 광주를 거쳐 수원 가는 시외버스를 타는데 길이 한참 막힙니다. 수원에서 충주 노은을 지나가는 13시 30분 버스를 놓칩니다. 17시 버스를 타야 합니다. 세 시간 남짓 빕니다. 어찌할까 생각하다가 〈오복서점〉으로 갑니다.
나라에서는 전기차를 사면 이래저래 덤(보조금)을 잔뜩 주지만, 걷거나 자전거를 달리거나 버스를 타는 사람들한테 푸른삯(친환경 교통비)을 줄 노릇이라고 느낍니다. 갈수록 부릉이(자가용)가 안 줄고 늘기만 합니다. 부릉이를 여럿 굴리는 집에는 낛(세금)을 몇 곱으로 물려야 올바르지 싶습니다. 집을 한 채 아닌 여러 채 거느릴 적에도 낛을 몇 곱으로 물려야 올바를 테고요.
아이한테는 숲(자연)을 굳이 가르칠 까닭이 없습니다. 그저 어버이로서 어른으로서 아이랑 살림을 짓는 보금자리에 숲을 품으면 넉넉합니다. 가르칠(교육) 적에는 한 가지 틀만 보고 듣고 겪는다면, 삶자리에서 숲을 품으면 늘 새롭게 빛나는 하루로 푸르게 노래할 테지요. 가르치지 말고 살아가면 됩니다.
아플 적에는 돌봄터(병원)보다는, 멧골을 오르거나 바다에 가면 말끔히 털어낼 만합니다. 가만히 보면, 이 나라에 참다운 ‘돌봄터’는 없이 ‘앓이(병) + 터(원)’만 있습니다. ‘앓이터’를 자꾸 들락거리니 자꾸 아플밖에요. 멧골이나 바다나 들이나 숲을 밀어없애는 고장이라면, 사람이 사람답게 못 살도록 가로막는 셈입니다. ‘앓이터(병원)’를 줄이고, 잿터(아파트)는 그만 짓고, 마당 있는 집을 누리면서 마당을 나무울타리로 두르는 살림터로 바꾸어야 튼튼몸으로 피어납니다.
작은 헌책집 골마루를 한 바퀴 돌면서 책을 한 아름 고릅니다. 골마루를 한 바퀴 더 돌며 책을 한 아름 더 살핍니다. 숲은 ‘똑같은 풀꽃나무’가 아닌 ‘다 다른 풀꽃나무’가 저마다 싱그러이 빛납니다. 책집이나 책숲이라면 ‘똑같은 베스트셀러’를 잔뜩 쌓지 말고 ‘다 다른 아름책’을 하나만 놓아야지 싶어요.
우리나라 큰책집은 어디를 가나 똑같습니다. 그저 ‘똑같은 베스트셀러’만 우글우글해요. 베스트셀러는 줄거리도 얼거리도 비슷합니다. 이런 책을 자꾸 더 많이 팔거나 읽힐 적에는, 우리 스스로 틀에 박힌 마음으로 길들면서 ‘다 다른 눈빛’하고 등집니다. 책집지기라면 ‘언론보도를 안 받은 책’을 알아보면서 책시렁에 놓고, 책손이라면 ‘다 다른 수수한 들꽃을 닮은 책’을 가려낼 노릇입니다.
제대로 물어보면 제대로 실마리를 찾습니다. 뜬금없이 물어보면 뜬금없이 헤매기는 하되, 뜬금없는 길을 돌고서 실마리를 찾습니다. 모든 삶은 다 다른 길입니다.
ㅅㄴㄹ
《다울라기리의 탐험》(川喜田二郞/박종한 옮김, 명문당, 1980.12.25.)
《정상의 순례자들》(신승모, 수문출판사, 1990.2.15.)
《獨逸史 上》(R.H.텐브록/김상태·임채원 옮김, 서문당, 1973.8.10.첫/1975.3.20.중판)
《獨逸史 下》(R.H.텐브록/김상태·임채원 옮김, 서문당, 1973.8.15.)
《新稿 一般經濟史》(최호진, 동국문화사, 1954.4.20.)
《더듬거리며 하는 말》(조용란, 성요셉출판사, 1982.12.20.)
《英語に强くなゐ本, 敎室では學べない秘法の公開》(岩田一男, 光文社, 1961.8.5.첫/1961.10.25.210벌)
《漢文故事物語》(長谷川節三·荒牧純一, 評論社, 1968.첫/1970.4.20.재판)
《菜根譚》(洪自誠/鄭志明 옮김, 金楓出版社, 1988.12.재판)
《インカ文名》(Henri Favre/小池佑二 옮김, 白水社, 1977.9.10.)
《世界の人形》(世界の友會 엮음, 保育社, 1963.9.1.)
《日本人と日本文化》(司馬遙太郞, 中央公論社, 1972.5.25.)
《내고장전통가꾸기 (내고장 자랑)》(편찬위원회, 신안군, 1992.12.10.)
《全羅文化硏究 3집》(이강오와 네 사람 엮음, 전북향토문화연구회, 1988.12.31.)
《順天市의 文化遺跡》(순천대학교박물관·순천시, 1992.2.29.)
《세종학연구 1》(편집부, 세종대왕기념사업회, 1986.10.9.)
《성경속의 우리말 語原(어원)을 찾아서》(박기환, 해피&북스, 2009.2.28.)
《Doddlmoddl》(Wolfdietrich Schnurre 글·Egbert Herfurth 그림, Aufbau, 2003)
《1988年 서울 戒嚴令》(落合信彦/정성호 옮김, 일월서각, 1986.4.5.)
《시골로 가는 길》(이주형, 풀빛, 1985.3.16.)
《마밍가족 이야기》(토비 얀손/김재천 옮김, 공감사, 1997.7.10.)
《현자 나탄》(G.E.레씽/윤도중 옮김, 창작과비평사, 1991.8.10.)
《日本往來 1호》(최선규·박철균 엮음, 중원문화교류연구회 일본연구원, 1978.2.20.)
《日米關係の展開》(田中直吉 엮음, 日本國際政治學會, 1961.12.15.)
《레 미제라블》(빅토르 위고/한영순 옮김, 육영사, 1974.10.15.)
《標準陽歷 明文萬歲歷》(김혁제 엮음, 명문당, 1965.1.30.)
《新編 尺牘大方》(지송욱 엮음, 신구서림, 1915.8.16.첫/1925.1.10.15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