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우리말 2023.3.14.

오늘말. 팔지 않다


몇몇만 반기는 곳이라면 기쁨잔치도 기쁨마당도 아니라고 느낍니다. 사람에 새에 풀벌레에 풀꽃나무에 해바람비가 저마다 노래하고 춤추면서 어우러지는 데라야 비로소 아름잔치에 아름마당이라고 느껴요. 봄꽃이 오르는 꽃마당에 가만히 섭니다. 작은새는 꽃가지에 내려앉아 꽃망울을 톡톡 쫍니다. 큰새도 꽃가지에 덩실 앉아서 꽃송이롤 콕콕 쫍니다. 한꽃마당은 돈으로 사고팔지 않습니다. 한꽃터는 돈으로 못 짓습니다. 한꽃뜰은 바람을 반기고 별빛을 그리며 구름길을 헤아리는 자리에서 조물조물 피어납니다. 꽃판을 이루는 봄날 물끄러미 보노라면, 큰새도 작은새도 다투거나 겨루지 않아요. 저마다 즐겁게 가지에 앉거나 뒤뜰을 거닐면서 봄빛을 누려요. 큰날개를 뽐내지 않지요. 작은날개를 내세우지 않아요. 맞설 일도 맞붙을 까닭도 없이 나긋나긋 봄노래를 선보이면서 즐거운 한꽃뜨락입니다. 봄이 무르익으면 멧개구리도 노래합니다. 이제 찬바람은 그칩니다. 따뜻하게 흐르는 바람이 추위를 끊어내면서 온누리에 푸릇푸릇 숨결이 퍼져요. 자랑이 아닌 잔치를 열어요. 판가름이 아닌 놀이판을 펴요. 사랑은 팔지 않습니다. 사랑은 스스로 지어서 나눕니다.


ㅅㄴㄹ


팔지 않다·팔 수 없다·팔지 못하다·안 팔다·못 팔다·안 내놓다·못 내놓다·끊다·끊기다·자르다·잘리다·멈추다·막다·막히다·그치다 ← 발매중지, 판매중지


잔치·꽃마당·꽃잔치·꽃판·기쁜잔치·기쁜마당·기쁨잔치·기쁨마당·아름잔치·아름마당·아름판·한마당·한마루·한잔치·한꽃마당·한꽃잔치·한꽃터·한꽃자리·한꽃뜰·한뜰·한꽃뜨락·한뜨락 ← 경연(慶宴), 향연


겨루다·다투다·싸우다·겨룸판·다툼판·싸움판·겨룸밭·다툼밭·싸움밭·솜씨자랑·솜씨마당·솜씨판·판가름·자랑·잔치·뽐내다·내세우다·드러내다·보여주다·선보이다·맞서다·맞붙다·붙다 ← 경연(競演), 경연대회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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