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노래 말넋/숲노래 우리말
곁말 100 하늘수레
꼭대기에 발을 디뎌야 멧길을 탔다고 할 수 있지 않습니다. 멧자락을 휘감는 들숲을 느끼거나 헤아리거나 만나지 않고서 꼭대기만 오가는 발걸음은, 서울하고 큰고장 사이에 빠른길(고속도로)을 척 놓고서 씽씽 다니는 몸짓하고 닮습니다. 이른바 서울·부산이나 서울·광주를 빠르게 오가는 씽씽길을 달리자면, 이 사이에 마을이 있는지 들숲바다가 있는지 하나도 몰라요. 얼핏 스치기는 하더라도 그저 먼발치 구경거리입니다. 밑자락부터 멧꼭대기를 잇는 ‘하늘수레’는 얼핏 어느 멧자락을 사람들이 쉽게 누리도록 이바지하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이 하늘수레를 놓느라 멧자락도 숲도 망가뜨려요. 더구나 사람들 스스로 멧숲을 누리기보다는 살짝 구경하고 지나치기만 하는 셈이니, 멧노래도 멧바람도 멧빛도 찬찬히 품지 않지요. 천천히 걷거나 오르는 길이 나쁠까요? 걷거나 오르다가 지치면 도로 내려가도 되지 않을까요? 굳이 꼭대기를 밟아야 한다는 마음은 이 땅을 푸르게 아끼거나 돌보려는 마음하고 너무 멀어요. 하늘수레가 오가면 쇠줄에 매단 쇳덩이가 오가느라 시끄럽기에 멧새가 어떤 노랫가락으로 멧골을 어루만지는가를 하나도 못 느낍니다. 멧꽃을 만나고 멧풀하고 사귀려면 발바닥으로 흙빛을 느끼며 걸을 노릇이에요.
하늘수레 (하늘 + 수레) : 하늘을 가로지르며 오가도록 사람이 타거나 짐을 싣는 수레. 사람이 걸어서 오가기에 어렵거나 힘든 곳, 이를테면 벼랑이나 골짜기나 긴 냇물 사이를 쇠줄로 단단하게 이어서, 이곳하고 저곳 사이를 쉽고 가볍게 오가거나 짐을 옮길 수 있도록 마련한 수레. (← 케이블카)
ㅅㄴㄹ
※ 글쓴이
숲노래(최종규) :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씁니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라는 이름으로 시골인 전남 고흥에서 서재도서관·책박물관을 꾸리는 사람. ‘보리 국어사전’ 편집장을 맡았고, ‘이오덕 어른 유고’를 갈무리했습니다. 《선생님, 우리말이 뭐예요?》, 《쉬운 말이 평화》, 《곁말》, 《곁책》, 《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 《새로 쓰는 우리말 꾸러미 사전》, 《책숲마실》, 《우리말 수수께끼 동시》, 《우리말 동시 사전》, 《우리말 글쓰기 사전》, 《이오덕 마음 읽기》, 《시골에서 살림 짓는 즐거움》, 《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 《읽는 우리말 사전 1·2·3》 들을 썼습니다. blog.naver.com/hbooklove